[오코노미] 국내 외국인 200만 시대…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입력 2021-06-24 16:58수정 2021-06-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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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모여 사는 국제 기숙사.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소식이 뉴스 속보로 전해진다. 남조선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경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제이미(신현승 분)는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미국에서 온 카슨(카슨 엘렌 분)은 심드렁하게 "북한 얘기하니 평양냉면 먹고 싶다"고 말한다. 호주 교포 샘(최영재 분)은 "냉면은 함흥냉면이지"라고 일갈한다. 태국에서 온 민니는 뉴스에 관심 없고 연예인 열애설에 더 열중이다. 한국 패치 완료된 다국적 학생들의 좌충우돌 단짠 시트콤,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다.

▲스웨덴 출신 한스(왼쪽)와 나이지리아계 한국인 현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온 테리스 등.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넷플릭스)

18일 공개된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지구망)는 '논스톱', '순풍산부인과', '감자별 2013QR3'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제작진만큼 다양한 출연진 구성이 눈길을 끈다. 미국, 태국, 트리니다드 토바고, 스웨덴 등 등장인물의 국적과 인종이 다양하다.

왕복 5시간 통학 때문에 기숙사에 숨어 사는 현민(한현민 분)과 기숙사 조교 세완(박세완 분) 등. 한국인도 등장하지만, 주요 서사는 유학생 청춘들의 한국 생활기다. 그동안 한국 대중문화에서 조연 혹은 엑스트라로만 등장했던 외국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일상에 외국인이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민니는 K-드라마에 관심 많은 태국인 유학생으로 등장해 첫 연기에 도전했다. (넷플릭스)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5만 명에 이른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199만 228명이다. 코로나19 이전 2019년 221만 명에 비하면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외국인이 국내에 살고 있다. 같은 기간 전라남도 인구는 약 184만 명인데, 전남 전체 인구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셈이다.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외국인 인구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 중 하나로 외국인 인력 수급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국내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타를 맞은 지방 대학일수록 유학생 유치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청춘 시트콤 답게 미국에서 온 제이미(왼쪽)와 한국인 조교 세완의 로맨스 서사도 선보인다. (넷플릭스)

건축 및 농수산업 등 저숙련 노동시장은 외국인 인력으로 교체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2018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국민다문화수용성조사'에 따르면 중졸 이하 노동자 중 50% 이상이 "외국인 취업자로 인한 일자리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지난해 5월 이종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간한 '외국인 및 이민자 유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내 이민자가 100명 유입됐을 때 저숙련 내국인 취업자 수가 26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라진 일자리 대부분은 건설업과 기술직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민자의 유입이 전체적인 내국인의 고용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장기적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숙련도 고도화를 촉진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지방의 부족한 인력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분석했다.

▲미국에서 온 유학생 카슨(왼쪽)은 한국인 남자친구의 할머니를 통해 한국어를 배워 "옘병"이란 단어를 달고 살며 어르신처럼 한국어를 구사한다. (넷플릭스)

국내 외국인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다문화수용성지수는 2018년 기준 100점 만점에 52.81점으로 나타났다. 2012년 첫 평가에서 51.17점, 2015년 53.95점 등에 비해 별다를 게 없는 점수다.

다문화수용성지수는 우리 국민의 문화개방성, 국민정체성, 고정관념·차별, 일방적 동화 기대, 거부·회피정서, 교류행동의지, 이중적 평가, 세계시민행동의지 등 8개 지표를 점수로 환산해 3년마다 한 번씩 평가한다. 우리 주변 외국인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원칙주의자 스웨덴 출신 한스(요아킴 소렌슨 분)는 환경과 사회 문제와 관심이 많은데다가 유교 등 한국 전통 문화에도 해박하다. (넷플릭스)

이는 '지구망'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뽐내는 와중에도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의 정체성에만 머물러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물들 각자 모국 이야기를 하지만, 대부분 한국 패치가 완료된 모습을 매력으로 삼는다. 한국의 신조어와 사자성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해장으로 불닭볶음면을 먹고, 서예를 하며 유교 문화에 심취하는 등이다. 일각에서 '국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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