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더 싼 곳 찾는 ‘월세 노마드’ 멀어진 ‘내 집 마련 꿈’

입력 2021-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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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 부동산 외딴섬…기성세대와 달리 청년들 월세내기 벅차

부모 도움 없인 전셋집 마련도 쉽지 않아
취업해도 서울 집 장만은 ‘하늘의 별 따기’

▲월세가 저렴한 대학동 고시촌은 서울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인 지역이다. 대학동 고시촌 거리(왼쪽부터)와 월세 시세, 취업준비생 윤경주(가명) 씨의 집 내부.

20·30 청년들에게 서울에서 집을 사는 일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돼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1억 원을 돌파했다. 평균 연봉을 30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40년 가까이 한 푼도 쓰지 않아야 집을 살 수 있다. 기성세대는 이미 집을 소유해 부를 불리는 중이지만, 청년세대들은 매달 월세 내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정부 대책은 종합부동산세·보유세 등 기성세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청년들은 ‘부동산 불공정’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청년들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기울어진 구조 탓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20·30세대가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셋집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조사기관인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에서 전국의 집값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4년간 서울의 집값은 34.95%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2017년 5월 4억2619만 원에서 올해 5월 6억1451만 원으로 44.18% 상승했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셋집 구하기도 너무 비싸서 청년들에겐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감정평가사를 준비하는 윤경주(29·가명)는 자산 불평등을 몸으로 체험했다. 2년 전 관악구로 온 윤 씨는 학원과 서점이 모여 있는 고시촌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의욕은 서울대입구역의 높은 월세에 무너졌다. 서울에서 가장 싸고 대형학원과도 가깝다는 얘기를 듣고 왔지만 다른 지역과 차이가 없는 월세는 윤 씨가 책 보따리를 풀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다. 윤 씨는 더 싼 월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바로 옆 대학동에 현재의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월세 45만 원짜리 집에서 지내다가 최근 집을 옮겼다. 오래 살 생각이 없어 2차 시험이 있는 8월까지만 계약했다. 월 35만 원, 10만 원을 줄인 가격이었다. 넉 달치 140만 원을 한꺼번에 냈다. 누군가의 두 달치 월세로 윤 씨는 넉 달을 살 수 있다며 안도했다. 윤 씨는 햇수로 3년째 대학동에 있지만, 그는 아직 ‘서울대입구역 주변’을 부러워한다. 윤 씨는 “서울대입구역은 학원의 접근성, 규모 면에서 유리하다 보니 선생님과 교류도 잦을 것이고 실력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겠냐”고 부러움을 내비쳤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합격선에 가까워진 윤 씨는 합격과 취업 이후에 대한 걱정도 컸다. ‘대학동 고시촌을 떠나면 서울 어디에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다. 다른 지역엔 전·월세 마련도 쉽지 않다. 최근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한 선배는 고액연봉자임에도 서울 자가 마련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하고, 그 선배는 영업을 잘해서 돈도 잘 버는데 서울에 있는 집을 못 산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준상 기자 jooooon@

이다솜 수습기자 citi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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