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공재개발 분양가…'현금 부자들 잔치' 되나

입력 2021-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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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9구역 전용 84㎡ 분양가 10.6억…흑석2ㆍ봉천13구역도 지역 최고가
9억 넘으면 중도금 대출 막혀…서민 실수요자에겐 '그림의 떡'
전문가들 "중도금 대출 기준, 분양가 상승 맞춰 현실화해야"

공공재개발(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 아파트 분양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앞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를 제치고 지역 최고가에 분양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기업을 참여시킨 공공재개발 단지에서조차 서민은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전농9구역 일반분양가, 동대문구 최고 분양가에 육박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9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2011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했지만 10년 넘게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전농9구역은 올 4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로 지정됐다.

공공재개발

공기업 참여·임대주택 기부채납 등 공공성을 갖춘 재개발 사업에 분양가 상한제 면제, 용적률 상향, 인허가 간소화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

이날 설명회에서 LH는 분양가를 포함해 전농9구역 재개발 구상을 공개했다. LH가 예상하는 전농9구역 일반분양가는 3.3㎡당 3087만 원. 전용면적 84㎡형 기준으로 10억6900만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인근 용두동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인 '래미안 엘리니티' 전용 84㎡형 분양가(최고 9만6700만 원)보다 1억 원 넘게 비싼 값이다. 지금까지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비싼 아파트인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전용 84㎡형 기준 최고 10억8470만 원)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전농9구역이 이렇게 후한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건 분양가 상한제 면제 덕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재개발 참여 구역은 분양가 상한제(건축비ㆍ토지비 원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 이익을 붙여 분양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재개발 수익성을 높여줘 재개발 후보지들이 공공재개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분양가 상한제 면제' 덕에 민간 아파트 뺨치는 공공재개발 분양가

공공재개발 구역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분양가를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HUG가 분양가 심사에서 시세 반영률을 높이면서 주변 집값에 맞춰 분양가를 높일 수 있게 돼서다.

높은 분양가를 보장받은 공공재개발 구역은 전농9구역 뿐이 아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공공재개발 첫 사업장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에 3.3㎡당 최고 4224만 원, 전용 84㎡형 기준 13억 원에 이르는 분양가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흑석동에서 분양했거나 분양을 앞둔 단지 가운데서 가장 비싼 분양가다.

서울 관악구 봉천13구역도 전용 84㎡형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길 공산이 크다. 일반분양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일반분양가보다 10% 넘게 저렴한 조합원 분양가도 약 8억7600만 원에 책정돼서다. 2017년 분양했던 인근 봉천12-2구역(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보다 조합원 분양가도 두 배가량 높다.

4년 동안 서울 분양가 40% 올랐는데 대출 규제는 그대로

분양가가 높아지면 재개발 조합 수익성을 좋아지지만 분양을 기다리는 청약 대기자들의 부담은 커진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선 분양가가 9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다. 중도금이 일반적으로 분양가의 6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9억 원 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5억4000만 원(9억 원 X 60%) 이상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칫 공공재개발 아파트를 기다리는 서민으로선 공공재개발이 '그림의 떡'으로 끝날 수 있다. 시민단체 등에선 공공재개발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택 가격 상승에 맞춰 대출 규제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분양가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규제가 도입된 2017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지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40% 넘게 상승했다. 공공재개발에서 보듯 공공분양주택 분양가마저 민간아파트를 쫓아 올라가는 추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9억 원을 고가 주택으로 분류해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현실에 맞게 지금보다 대출 규제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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