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선 꿈도 못꿔" 현실 외면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입력 2021-06-21 17:20수정 2021-06-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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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청년ㆍ신혼부부 대상 '40년 대출 상품' 도입
보금자리론 대출 기준 '6억 원 이하'…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 원
“집값 급등에 따른 주택난 해결하기엔 역부족”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에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투데이DB)

청년과 신혼부부가 집을 살 때 40년 만기 고정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다음달 나온다. 하지만 이 상품의 대출 가능 주택 가격 기준은 6억 원 이하로 서울 평균 아파트값에 한참 못 미친다. 또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안을 적용하면 대출 실수요자가 받을 수 있는 실제 대출금액은 더 줄어드는 만큼 정책 실효성도 의문이다.

정부는 내달 1일부터 무주택 청년층을 위한 40년 초장기 대출상품을 도입하기로 했다. 초장기 모기지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에 시범 도입된다. 보금자리론은 최장 40년 만기 상품 기준 연이율 2.9%로 최대 3억6000만 원을 빌릴 수 있다. 다만 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을 사들일 때만 이용할 수 있고 대출 희망자 연소득도 7000만 원(신혼부부 8500만 원) 이하로 제한된다.

적격대출은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까지 이용할 수 있고 주택소득제한도 없지만 은행별로 대출 총량을 제한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대출금리도 최저 3%에서 최고 3.84%로 보금자리론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모기지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해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은 최장 30년이었지만 이번 상품은 10년이 더 늘어났다. 같은 금액을 빌려도 대출 기간이 더 늘어나면 그만큼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은 줄어든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금융 지원인 셈이다.

하지만 40년 초장기 모기지 대출상품 이용 기준 ‘6억 원’은 서울 평균 집값보다 훨씬 낮아 무주택자 지원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강북지역 평균 아파트값도 8억8800만 원을 돌파했다. 빌라와 단독주택 등 모든 주택 유형을 포함한 종합 주택 매매가격도 8억3000만 원에 달했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6억9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즉 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보금자리론은 서울 내 주택 실수요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셈이다.

보금자리론 대신 규제가 덜한 정책모기지 상품인 적격대출을 이용하더라도 DSR 규제 때문에 지원 효과는 반감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DSR 40% 규제를 확대 시행한다. 이 때문에 모든 부동산 규제 지역 내 시가 6억 원 이상 주택은 DSR 비율 규제를 적용받는다. 적격대출은 시중은행이 주관하는 만큼 현행 대출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따라서 DSR 규제에 막혀 적격대출 최대 한도인 5억 원을 모두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모기지를 정책적으로 제공하는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40년짜리 초장기 모기지 지원으로 집값 급등에 따른 주택난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만약 대출부실이 발생하면 국가 재정 불안 요소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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