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처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탄핵 요구서 준비 초당적 움직임

입력 2021-06-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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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미흡·독단적 국정 운영 등 사유 정리
우호적이던 하원 의장도 한발 물러나…“헌법에 달려”
민심은 날로 악화 “정부에 의한 대량 학살…사임하라”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행사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신의 마스크를 든 채 발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연합뉴스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내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흡과 독단적인 국정 운영으로 민심이 크게 악화한 데다가, 의회에서는 탄핵 요구서를 준비하는 초당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그에게 우호적이던 하원의장까지 한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이면서 탄핵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현지언론에 따르면 좌파, 중도좌파, 범여권에서 물러난 정당 등은 코로나19 대응 문제, 군 인사권 전횡, 연방 경찰 수사 개입 등 20여 가지의 사유를 정리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탄핵 요구서를 준비하고 있다.

탄핵 절차 개시의 키를 쥔 아르투르 리라 하원의장도 그동안 차일피일 판단을 미뤄오다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자 조금씩 태도를 바꾸고 있다.

당초 "탄핵 추진 여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탄핵 요구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이유를 들었던 그가 최근 들어서는 “탄핵은 정치적,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모든 것은 헌법에 달려 있다” 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정치권과 여론의 촉구가 계속되면 탄핵 추진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만약 보우소나루가 실제로 탄핵되면 1950년 탄핵 조항의 헌법 포함 이후 브라질에서 탄핵되는 세 번째 대통령이 된다. 현재까지 브라질에서는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1992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1996년) 등이 탄핵된 바 있다.

탄핵이 실제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하원 전체 513석 가운데 3분의 2 이상, 상원 전체 81개 의석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2019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하원에는 121건의 탄핵 요구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심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특히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 대응 정부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백신 접종도 전체 인구의 25%만이 겨우 1차 접종을 마친 수준이어서 앞으로의 과제 또한 산적한 상태다.

브라질에서는 전날에도 수도 브라질리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백신 조달 지연과 코로나19 대응에 책임을 묻는 소리가 대다수였다. 시위 참가자들의 상당수는 1950만 명 사망에 대해 “정부에 의한 일종의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이라고 주장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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