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 어조에 시장 ‘화들짝’…‘긴축 발작’ 속편 시작되나

입력 2021-06-17 14:23수정 2021-06-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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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하락·국채 금리 급등
달러화 가치는 1%가량 치솟아
아시아 신흥국서 자금 유출 진행 중…지난달 순유출 5억 달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20년 12월 1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급격하게 ‘매파’로 돌변하면서 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77% 하락했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54%와 0.24% 내렸다.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시장이 판단했던 것보다 금리 인상에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영향이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미국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미국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FOMC 결과가 나오기 이전만 하더라도 심리적인 고비인 1.5%를 밑돌고 있었다. 하지만 FOMC 결과가 나오자 연준의 ‘매파’ 돌변에 10년물 국채 금리는 1.569%로 전일보다 7bp(bp=0.01%포인트) 올라 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준의 긴축이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0.203%로 최근 1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가파르게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FOMC 성명 발표 이후 수 시간 만에 거의 1%가량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2013년의 ‘긴축 발작’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년 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 의사를 내비치자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됐다. 이 속에서 글로벌 자금은 한꺼번에 미국으로 몰려들었고, 부진한 경기회복에 허덕이던 신흥국들은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유사한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선진국들의 향후 금리 인상 전망 속에서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은 5억 달러(약 5648억 원) 순유출했다.

순유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면 유출액은 무려 108억 달러로 확대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주식시장에서 유출되는 돈이 유입되는 자금을 초과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지수(KLCI)와 필리핀 증시 종합지수(PESi)는 지난해 말 수준을 밑돌았으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태국 바트화 등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도 작년 말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역점 추진해온 인프라 투자 법안의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가파른 경제 성장세는 인프라에 대한 추가 지출 주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인 공화당은 이미 바이든 정부가 주장하는 만큼의 큰 지출 규모에 반기를 들고 있으며,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백악관의 구상 역시 공화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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