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 지우기 2050] 코로나가 보여준 뜻밖의 희망...선택의 기로에 선 세계

입력 2021-06-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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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E' 없이 인류의 미래 없다

스모그 사라진 델리, 돌고래 찾아온 베니스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구온난화로 기후 재앙 위기에 놓인 인류에 뜻밖의 희망을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간의 바깥 활동과 산업 활동이 줄면서 잠시였지만, 탄소 배출량이 전례 없이 줄어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이동제한과 긍정적인 기후변화의 여파로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 줄었다. 이는 7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덕분에 늘 스모그로 가득 찼던 대도시에는 푸른 하늘이 드러났고, 야생 동물들은 인간에 빼앗겼던 삶의 터전을 되찾았다. 인류의 위기가 자연에 휴식을 가져다준 셈이다.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 중 하나인 인도 델리는 작년 몇 달 동안 대기오염이 49%나 줄었다. 당국이 대기 정화를 위해 수십 년 간 수많은 정책을 도입해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단지 인간의 활동 감소로 해결된 것이다. 작년 3월 한 달 동안 인도 전체의 탄소 배출량은 15% 감소했는데, 인도에서 탄소 배출이 줄어든 건 40년 만에 처음이었다.

기적은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 중국에서도 일어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발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도시봉쇄 후 대기오염이 63%나 줄었다.

이외에 세계 곳곳에서 차량 통행이 줄면서 로드 킬 당하는 동물이 줄었고, 관광 인파에 시달리던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는 바닥을 훤히 드러내면서 돌고래와 물고기 떼, 백조를 맞았다. 미국 백악관은 한때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직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인적이 드물어지자 너구리 등 동물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자연이 준 깜짝 선물...인류 나아갈 방향 분명해져

잠깐이었지만, 자연이 준 깜짝 선물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보여줬다. 탄소 배출을 줄여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인류가 다시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15개국은 대부분이 주요 7개국(G7)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브릭스(BRICs)에 속해 있다. 이들 국가는 기본적으로 탄소 배출률이 가장 높은 부유한 국가 그룹이다.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15개국의 집단적 봉쇄가 막대한 대기오염 감소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자연 생태계 보호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코로나19를 능가하는 글로벌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학자들이 최근 티베트 고원의 빙하 아래에서 얼어붙은 고대 바이러스 28종을 발견했는데, 빙하가 녹으면 1만5000년 동안 갇혀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다시 깨어나 새로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 경기부양책, 환경 파괴로 이어지지 않아야

현재 각국은 코로나19 충격파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이는 지구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얻어낸 환경적 혜택을 무효화할 수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주요 경제국에서 즉각적인 정책 변화가 없는 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청정 에너지 정책을 팬데믹 회복 정책의 핵심에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빈곤을 근절하고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 구상한 것처럼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재앙을 반면교사로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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