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코로나 고비 넘겼더니 ‘고용’ 말썽...FOMC 앞둔 연준 고심

입력 2021-06-14 15:37수정 2021-06-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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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노동자 이직률 2.7%...2000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
유연근무·개인 생활·높은 임금 중시
구인난 기업 임금인상, 인플레 악화로 이어질 수도

▲5월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 크랜베리타운십에 위치한 한 주유소 외부에 채용 안내판이 보인다. 크랜베리타운십/AP연합뉴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널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재개했지만, 기업들의 고용 상황이 악화일로다. 사상 최악 구인난에 이직률도 21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 같은 일자리 문제는 15~16일 통화정책 기조 방향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시름을 깊게 한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긴축 카드를 쓰자니 인력난으로 기업들이 허덕이는 와중에 상황을 악화시켜 자칫 경기 위축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사표를 던지는 직원을 붙잡으려고 진땀을 빼고 있다. 신규 채용도 어려운 마당에 기존 인력까지 떠나면서 코로나 이후 경영회복에 또 다른 걸림돌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노동자 이직률은 2.7%로 2000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이직률은 1.6%에 불과했다. 아이러니하게 코로나19 사태가 노동자들에게 고용 전망에 자신감을 심어준 셈이다.

사표를 던지는 직원들을 잡으려고 기업들은 승진이나 임금인상 등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구인난으로 비어있는 일자리를 채우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기존 직원들까지 떠나면 경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 노동부는 4월 기업 채용공고가 930만 건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월 812만3000건으로 처음으로 800만 건을 넘어선 데 이어 120만 건가량 더 증가한 것이다. 반면 4월 채용은 610만 명에 그쳤다. 320만 개 일자리를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업률이 6%에 육박했음에도 사상 최대 구인난에 시달린 셈이다. 최저임금보다 높은 실업수당 탓에 사람들이 일자리 구하기를 꺼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직률 급등을 두고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인 움직임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가 결합한 결과라고 WSJ는 분석했다. 링크트인의 인력 부문 컨설턴트인 스티브 가디건은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면서 “대규모 인력 이동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들이 유연근무, 개인 생활, 높은 임금을 중시하고 새로운 분야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의 금융회사 푸르덴셜이 최근 노동자 2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1이 조만간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 백신 접종과 함께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는 미국의 일자리 시장에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다. 연준이 예상을 웃도는 물가 급등에도 긴축 전환에 신중한 이유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기 대비 5% 급등하며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커지는 가운데 일자리 문제가 연준의 가장 골치 아픈 과제가 될 것이라고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진단했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완전 고용을 달성할 때까지 물가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자리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나서고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장기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경기를 부양하려고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이 일자리 복귀를 늦추고 잠재적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등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나티시스의 조셉 라보르그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딜레마에 대해 “연준이 덫에 걸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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