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4년 만에 첫 업그레이드…이더리움 도전 맞서 수성 나서

입력 2021-06-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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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 강화·수수료 인하 효과
라이트닝 네트워크·스마트 계약 기능 향상으로 새 사업 기회
디파이·NFT 시장에서 존재감 커질지 주목

▲비트코인. AP연합뉴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오는 11월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비트코인 진영이 보안성과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이더리움의 도전에 맞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이날 거래의 보안과 효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탭루트(Taproot)’ 업그레이드 시행에 합의했다. 비트코인이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내전’이라고 불릴 만큼 이데올로기적 찬반 논쟁이 격렬했던 2017년 업그레이드와 달리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거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탭루트’ 업그레이드 핵심에는 이른바 ‘슈노르(Schnorr)’라고 불리는 다중 서명으로의 전환이 있다. 이제까지 비트코인은 ‘타원곡선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을 이용해 비트코인 지갑을 관리하고 합법적 소유자만이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슈노르’로 서명 방식이 바뀌게 되면 거래의 보안성이나 개인정보 보호가 더 강화된다는 것이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설명이다. 여러 개의 서명이 겹쳐 있다 보니 거래 대상들의 키(Key)에 대해 판독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NBC는 “슈노르가 공공의 블록체인에서 개별 비트코인 주소에 익명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잡하고 여러 개의 서명으로 이뤄진 트랜잭션(거래)과 단일 서명으로 이뤄진 트랜잭션을 구별할 수 없게 만들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탭루트 업그레이드는 ‘라이트닝 네트워크’과 같은 확장 기술에 대해서도 지원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란 실제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아닌 별도의 체인을 활용해 거래 당사자들끼리 ‘스마트 계약’을 구성, 더 빠르고 저렴하게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탭루트는 이 스마트 계약에 들어가는 데이터의 크기를 줄이고 이를 통해 거래 수수료도 낮추게 된다.

스마트 계약은 이더리움의 핵심이자 차별화 포인트였는데 비트코인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슈노르라는 새로운 유형의 서명 방식이 비트코인의 스마트 계약 기능을 향상시켜 이전보다 거래를 더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채굴업체 매러슨디지털홀딩스의 프레드 틸 최고경영자(CEO)는 “탭루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 계약”이라며 “스마트 계약은 본질적으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앱과 사업 구축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CNBC는 이를 통해 더 많은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스마트 계약을 구축하면 비트코인이 ‘탈(脫)중앙금융(DeFi·디파이)’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젝트는 댑스(Dapps)라는 이더리움 기반 스마트 계약으로 실행되는데, 비트코인이 여기에 대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대체불가능 토큰(NFT)’ 결제도 이더리움 기반 스마트 계약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업그레이드 발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미국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기능을 향상하고 잠재적으로 시장을 넓히게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도 비트코인이 ‘기술’이라는 점과 기술은 업데이트된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예상치 못한 ‘버그’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업데이트를 관망하는 시각도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더리움과 달리 비트코인 개발자와 채굴자들은 업그레이드된 버전과 이전 버전이 호환되는 것을 선호하는데, 탭루트가 실행된 이후 이전 버전의 거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곧 다중 서명의 개인정보 보호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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