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치솟는 밥상 물가에 농식품 수출 제한 확대

입력 2021-06-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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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밀가루 등 가격 상한선 제한...수출 통제도
유엔 5월 식량가격지수 전년 대비 40% 폭등
미국, 유럽보다 인프라 열악해 물가 변동성 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연합뉴스
글로벌 식량 물가가 10년 만에 최대치로 폭등하면서 각국의 식량 안보를 챙기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한 곳인 러시아는 농식품 수출 제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식량 물가 상승에 대한 조처로 설탕과 밀가루 등 주요 상품 가격의 상한선을 제시하고 이들에 대한 수출 제한을 계획하고 있다.

막심 레셰트니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물가 상승으로부터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고 식품 수출을 잘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발표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5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상승해 10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러시아에서는 7명당 1명꼴인 인구 2000만 명이 빈곤층이고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식량 배급에 대한 쓰라린 기억이 있는 만큼 식량 안보가 중요한 정치적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해바라기유와 파스타 같은 주요 식품에 대한 일시적인 가격 통제를 지시했다. 올해 초에는 밀 수출 쿼터를 발표해 본격적인 수출 제한에 들어갔다. 이달에는 수출 관세를 추가했다. 당국은 변동 관세를 포함해 수출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내수시장에선 빵과 밀가루 등에 보조금을 계속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집계 세계 식량가격지수 추이. 5월 127.1. 출처 블룸버그
레셰트니코프 장관은 “세계 식량 가격이 고점에 도달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며 “우리는 지속해서 농식품에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할 때마다 조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출 제한은 국내 공급자들이 시장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장려하려는 것”이라며 “곡물 시장은 축산업을 발전시키고, 축산은 우유 시장을 키우는 등의 순환을 일으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향후 가격 안정을 위해 조세 정책도 손볼 예정이다. 레셰트니코프 장관은 “사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또 다른 세금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과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응하고자 대부분의 해외 식품 수입을 금지했고 2014년부터 주요 식품 수출을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19년 러시아 농산물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8%에 달한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보다 농식품을 유통·보관할 인프라는 열악하다. 선진국들은 공급 확대와 보관, 또는 방출을 통해 가격 급등에 대처할 수 있지만,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러시아 설탕 가격이 65%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당국이 물가를 잡으려는 노력에 대해선 환영을 표하면서도 이를 위해 시장 단속을 강화하는 것에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최근 물가 상승을 “특정 생산자와 소매 네트워크의 탐욕 때문”이라고 비난한 영향도 있다. 지난달 대통령 경호실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인의 4분의 3 이상이 정부의 근거 없는 형사 기소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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