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주거개선지구 족쇄' 풀렸지만…후속 사업 '골머리'

입력 2021-06-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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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금호 1-1·1-2·3-1·응봉구역 18년 만에 지구 해제
난개발에 세대수 늘어 사업성 부족…區 "현금청산 가능성"
재개발 놓고 주민 의견 갈려…전문가 "신중하게 투자해야"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 해제된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호 1-1구역 모습.

'개발할까? 그대로 둘까?"

옛 '주거환경개선지구' 후속사업을 놓고 부동산 소유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거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는데 난개발 후유증과 사업성 부족으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섣불리 재개발을 추진했다간 원주민도 입주권을 못 받고 쫓겨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3년 제도 사라진 주거환경개선지구, 18년 만에 해제

서울 성동구는 지난달 금호 1-1ㆍ1-2ㆍ3-1구역과 응봉구역을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 해제했다.

주거환경개선지구란 '도시 저소득 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주거환경 개선 임시조치법)'에 따라 주택 건설ㆍ개량, 공공시설 정비 등 지원을 해주는 지역이다. 근거 법안인 주거환경 개선 임시조치법이 폐지된 2003년까지 전국에서 500개 넘는 지역이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됐다.

이번에 성동구가 이들 지역을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 해제한 건 사업이 실효성을 잃었다고 판단해서다. 주거환경 개선 임시조치법에 따라 건축법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과 시한인 2007년은 진작 지났다.

실효성 없는 주거환경개선지구로 묶여있는 사이 주거 환경은 갈수록 나빠졌다. 지구 내 주거환경개선사업이 개별 주택 개량에 집중되다 보니 지역 차원에서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외려 건축법 규제 완화로 세워진 다세대ㆍ다가구주택만 난개발로 난립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주거환경개선 임시조치법이 폐지되고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제정된 것도 이런 난개발 우려에서다.

일부 주민들은 구에 주거환경개선지구를 해제하고 재개발을 추진하자고 요구했다.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려면 주거환경개선지구 해제가 선행돼야 해서다. 금호13구역(신금호파크자이), 금호15구역(e편한세상 금호 파크힐스) 등이 재개발을 거쳐 고가 아파트로 거듭나면서 이런 요구는 더 거세졌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난개발에 재개발 사업성도 떨어져…성동구, 현금청산 가능성 경고

문제는 주거환경개선지구 해제 후에도 재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을 밀집해 지은 난개발 후유증 탓이다. 성동구는 이번에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 해제된 곳 대부분이 재개발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토지 넓이나 용적률건폐율 규제를 고려할 때 세대 수가 지나치게 많아서다.

성동구는 주거환경개선지구 해제 지역 주민들에게 공문을 보내 "분양 물량 확보는 고사하고 기존 토지 소유자의 상당수가 현금청산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주민 의견도 갈린다. 금호동 G공인 관계자는 "작년에 빌라는 투자하려는 사람이 상당히 늘었다. 2억5000만 원 하던 빌라가 1년 만에 3억5000만 원까지 한다"면서도 "이주 부담 때문에 재개발을 원하지 않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재개발 재추진, 가로주택정비 사업, 도시재생 사업 등 주거환경개선지구 후속 사업을 검토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업을 한다는 게 아니라 사업별로 감수해야 할 것을 주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결정은 주민이 하는 것"이라며 "자칫 투기 세력이 재개발이 확정된 것으로 오해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저층 주거지 투자, 재개발 가능성 따져보고 투자해야"

주거환경개선지구를 해제하려는 다른 지역에서도 성동구에서 일어나는 진통이 되풀이되고 있다.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 풀렸지만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법적 요건을 못 채워 후속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다.

대구 수성구 수성1지구는 2013년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 해제됐지만 재개발에 필요한 노후도 요건을 맞추느라 2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로부터도 5년이 2019년에야 수성1지구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부동산시장에서 늦게나마 사업이 궤도에 오른 수성1지구는 그래도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최근 집값 급등에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저층 주거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주거환경개선지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도 "재개발을 추진할 요건을 갖췄는지, 사업성은 있는지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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