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여성부사관 성추행 신고 후 숨진 채 발견...기일이 된 혼인신고날

입력 2021-06-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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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던 공군 모 부대 소속 여성 부사관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한 날은 그가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31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모 부대 소속 A중사는 지난 3월 초 선임인 B중사로부터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음주와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A중사는 ‘반드시 참석하라'는 B중사의 압박에 못 이겨 다른 부대원과 함께 저녁 자리에 갔다가 귀가하는 차량 안에서 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에는 두 사람과 운전하던 후임 부사관만 있었다.

A중사는 피해 다음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이틀 뒤 두달여간 청원휴가를 갔다. 자발적으로 부대 전출도 요청했다. 청원휴가가 끝난 이후 지난 18일 A 중사는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하루 전 A중사는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부대 상관들이 A중사의 신고 직후 즉각적인 조사 대신 ‘없던 일로 해달라‘면서 조직적인 회유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직속 상관이 상부 보고 대신 저녁을 먹자며 회유한 것은 물론, 방역지침을 어긴 동료 군인들을 생각해달라는 이유로 회유한 상관도 있다고 한다. 같은 군인인 A씨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이에 유족은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국민청원 글까지 올리며 호소했다. 피해자의 부모로 보이는 청원인은 "사랑하는 딸이 공군 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 내 은폐, 회유, 압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고 제대로 조사되지 않아 피해자가 더 힘들고 괴로워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도 처참하고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은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저희 딸의 억울함을 풀고 장례를 치러 편히 안식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편, 공군 측은 “현재 강제 추행건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서, 사망 사건 및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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