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지수제 폐지·공공기획 재개발 도입…오세훈표 규제 완화 '시동'

입력 2021-05-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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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정비지수제' 폐지…법적 요건 충족하면 구역 지역 가능
'공공기획' 도입…구역 지정 기간 5년→2년 이내로 대폭 단축
전문가들 긍정적 평가…"빌라 몸값 상승" 우려 시선도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오세훈표' 재개발 규제 완화 윤곽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의 장애물로 꼽히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시 주도의 '공공기획'을 도입해 평균 5년 걸리는 구역 지정 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매년 25곳 이상의 정비구역을 발굴해 2025년까지 13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주거정비지수제 6년 만에 폐지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개발 활성화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오 시장이 취임 이후 나온 첫 규제 완화책이다.

6대 규제 완화 방안에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기간 단축 △주민 동의율 절차 강화 △재개발 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 지정 △2종 7층 높이 제한

규제 완화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 통한 구역 발굴 등이 담겼다.

핵심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다. 2015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도입한 이 제도는 주택 노후도, 주민 동의율 등을 따져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제도다. 30년 이상 노후 동수가 3분의 2 이상, 노후 건물 연면적이 60%를 넘어야 구역 지정이 가능했다.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재개발 사업의 대표적인 '대못'으로 꼽혀 왔다. 오 시장은 2015년 이후 서울시의 재개발 구역 지정이 중단된 결정적인 원인을 주거정비지수제로 지목해 왔다.

앞으로 재개발 구역 지정은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돼 한결 쉬워진다. 필수항목(노후도 동수 2/3 이상, 구역면적 1만㎡ 이상)과 선택항목 중 1개 이상만 충족하면 된다. 서울 곳곳 노후 주거지에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곳은 14%에 그치지만 법적 요건만 적용하면 50%로 확대된다.

시장에선 재개발 문턱이 낮아지면 박 전 시장이 2011년 직권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한 성북5구역이나 은평구 갈현2구역 등이 수혜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성북5구역은 30년 넘는 건물이 84%인데도 노후도가 44%에 불과해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들도 관심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거정비지수 폐지로 재개발 신청이 남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의 주민 동의율을 10→30%로 높인 만큼 마구잡이식 신청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기획을 도입해 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5년에서 2년 이내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려면 사전타당성 조사부터 기초생활권계획 수립, 정비계획 수립을 거쳐야 하는데 기존엔 주민이 제안하고 자치구가 계획을 수립하다보니 통상 5년의 기간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 절차를 시가 전담하는 한편 사실상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합·폐지해 기간을 2년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재개발 해제구역 중 노후화·슬럼화 된 곳은 주민 합의에 따라 신규 구역으로 지정한다. 시에 따르면 정비구역 해제지역 316곳 중 54%가 노후화가 심각하고 법적 요건을 충족해 구역 지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 빗장도 푼다.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을 적용받는 지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2종 일반주거지역 수준의 용적률(기준 190%·허용200%)을 적용받게 된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제한 지역이 61%에 달해 높이 규제를 완화하면 주택 공급 확대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서울시가 이날 내놓은 재개발 활성화 방안 중 유일하게 까다로워진 건 사업 초기인 주민 제안 단계에서의 주민 동의율을 기존 10%에서 30%로 높인 점이다.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투기 방지 대책도 내놨다. 재개발구역 지정 후보지를 공모할 때 공모일을 주택 분양권리가 결정되는 ‘권리산정기준일’로 고시해 지분 쪼개기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시는 이 같은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2025년까지 연평균 2만6000가구, 5년간 총 13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6대 완화책 시행을 위해 오는 10월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전문가들 긍정적...빌라 등 가격 상승은 우려

이날 재개발 활성화 방안 가운데 자치구가 아닌 서울시가 개발을 주도해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구상이나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해 공모를 하는 방안은 공공재개발과 매우 닮아 있다. 사실상 공공재개발의 '서울시 버전'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방안들은 국토교통부와의 공조 없이 곧바로 추진될 전망이다. 층고 규제 완화의 경우 시의회의 조례 개정이 필수적이나 "발표 전에 충분히 시의회와 교감한 상태"라고 오 시장은 설명했다.

오 시장의 재개발 규제 완화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거정비지수 폐지는 서울 정비사업에 적용되던 가장 큰 난관이 배제된 것으로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기대감에 다세대주택 등 빌라 가격이 들썩이는 등 서민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 노후 빌라 몸값이 뛰고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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