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더 깐깐해진 ‘지자체 금고’ 심사…더 심해진 출혈 경쟁

입력 2021-05-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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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서울·인천·광주 등 ‘ESG 투자’ 금융사에 가산점
5개 은행 출연금만 5년간 1조…소비자 부담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금고 선정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추가한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출연금으로 매번 출혈경쟁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조항까지 신설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서울시는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고, 추후 시 금고 선정시 평가항목 및 평가 세부항목을 신설했다. ‘탈석탄 투자 선언 여부 및 이행실적’에 배점기준 2점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가산점은 2023년부터 새로 금고 운영을 맡는 시중은행 선발 과정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인천광역시, 충남, 광주광역시, 안산시, 포천시 등이 금고 선정시 탈석탄 금융사 우대정책을 발표하면서 ESG가 필수 사항으로 포함되는 모양새다.

지자체 별로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2024년 하반기까지 금고 운영 기관 선정 시 ESG 항목이 가점 사항으로 포함된다. 통상 금고 선정 시 미세한 점수 차로 희비가 엇갈리는 만큼, ESG의 중요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ESG 전담조직을 꾸리는 등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 금고 쟁탈전이 과열양상을 띄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ESG 항목까지 필수로 추가될 경우 사업권 따기가 더 어려워 질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출혈경쟁도 현재보다 더 심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고 쟁탈전이 최근 더욱 치열해 지면서 금고 선정 때 주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출연금 규모도 증가 추세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개 은행에서 올해 내놓은 지자체 금고 선정 출연금은 2780억 원에 달한다. 2017년 1243억 원 규모에서 2019년 2586억 원, 2020년 2622억 원까지 늘어났다. 5년간 총 1조447억 원에 달한다.

지자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세입·세출을 관리하며 예치금을 운용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지자체의 각종 사업에도 우선 참여할 수 있고 공무원과 가족을 비롯해 산하기관까지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매번 치열한 경쟁이 반복된다. 금고 은행 계약 기간은 통상 4년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과도한 출연금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등 출혈경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혈 경쟁은 결국 비용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대출금리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거나 주주 이익 훼손으로 직결될 수도 있다.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특별시 시금고 입찰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행위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과태료 21억 원을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당시 서울시 시금고 운영 금융기관 지정 관련 입찰에 참여하면서 전산시스템 구축비용 1000억원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이 비용 중 393억 원은 시금고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 아닌데도 재산상이익을 제공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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