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 '미사일주권' 회복…우주로켓 개발길 열리나

입력 2021-05-23 17:34수정 2021-05-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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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거리 800㎞ 제한 해제…美, 중·러 견제 포석 관측도

20여년 4차 개정 결과…'사거리 제한 해제' 성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가능성↑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통한 독자적 정찰 위성 발사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미사일지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우리나라가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회복했다. 이로써 앞으로는 사거리에 제한 없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은 물론 우주로켓 개발에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1979년 10월 제정된 미사일 지침은 미국의 미사일 기술 이전 대가로 우리나라가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국가 간 가이드라인이다.

당시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180㎞로 제한하기로 했다.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우려한 미국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 이후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면서 미사일지침에 따른 제한은 서서히 완화됐다. 하지만 이 지침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이나 우주 연구에 결정적 족쇄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월 한국이 최대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인 미사일을 개발·보유할 수 있도록 지침이 1차 개정됐다.

이후 2012년 10월 이명박 정부 시절엔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800㎞로 늘리는 2차 개정이 이뤄졌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 차례의 개정을 통해 족쇄가 완전히 풀렸다.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3차 개정이 이뤄졌고, 지난해 7월에는 4차 개정을 통해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

결과적으로 20여 년간 네 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탄두 중량 규제가 해소되고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 사용도 가능해진 데 이어 사정거리(800㎞) 제한까지 사라진 것이다.

이로써 앞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우선 사거리 1000~3000km 중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거리 1000km 탄도미사일은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이 사정권으로 들어오게 된다. 또 사거리가 2000km로 늘어나면 중국 내륙 지방까지 한국의 사정권에 들어온다.

아울러 우주로켓 기술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길도 활짝 열렸다. 이렇게 되면 강력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통해 군사 정찰 위성을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지면 미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했다. 1987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의 폐기를 목표로 미국과 러시아 간에 체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2019년 폐기된 이후 미국은 한국, 일본, 유럽 등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배치 후보국들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우회로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로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고려함과 동시에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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