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6명 증원해 재판부 12개 확대" 제시도
대법원이 상고제도 개선에 대한 토론회를 열어 상고심사제 등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개선 방안들을 발표했다.
대법원은 21일 오후 ‘대법원 재판 제도, 이대로 좋은가-상고제도 개선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화상 토론회를 열고 상고제도 개선안을 논의했다.
상고제도는 1994년 형사사건을 제외한 영역에서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도입한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상고제도 설계 당시와 비교해 현재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의 수와 복잡성 등 큰 차이가 생겨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대법원이 산하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검토해온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제도나 심급 체계 전반의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어떠한 형태로 주시는 의견이라고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상고제도개선특별위는 이날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고심사제 △고법 상고부 △대법원 규모 확대 등 세 가지 방향의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설명했다.
상고심사제는 법에 정해진 상고이유를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거나 상고이유 자체를 강화해 대법원이 보다 근본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사건에 심리를 집중하는 방안이다.
이인호 상고제도개선특별위 위원(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현재 대법원은 본질적 기능이 아닌 ‘당사자의 분쟁 해결’에 매달리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이 위원은 “연 4만~5만 건을 어떻게든 처리하려다 보니 한정된 사법 자원을 중요 사건에 집중하지 못한 채 당사자들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마저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나아가 대법원 재판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상고심사제 방안은 현행 대법원과 법원의 조직 체계를 손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복원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종우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상고를 제한하는 방안은 일반 국민 입장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등법원 상고부 등 상고심을 담당하는 별도의 법원을 두고 대법원과 상고사건을 분담해 처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대법원은 선고형이 사형·징역·금고형인 형사사건과 당선무효 선거 관련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재판하고 고법 형사상고부는 대법원 관할이 아닌 사건을 재판하는 내용이다.
심정희 위원(국회사무처 이사관)은 “상고제도 개선 논의에서 달성해야 할 정책 목표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최고법원으로서의 법령 해석·적용 통일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관을 증원하거나 대법관 대신 ’대법원 판사’를 증원, 둘 모두를 증원하는 방안 등도 소개됐다.
민홍기 위원(변호사)은 대법관을 6명 증원해 18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 3명으로 구성되는 2원적 재판부 10개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대법관 재판부 2개를 운영하는 내용이다.
민 위원은 “대법관을 6명 증원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를 2원적으로 구성해 현재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3개 재판부에서 12개 재판부로 늘어 업무처리 역량이 4배 정도 확대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상익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는 “상고심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 일반 국민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보이고 구체적인 제도 운용 과정에서도 수많은 실무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각종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추가 연구·검토할 예정”이라며 “결론이 도출되면 이를 중심으로 상고제도 개선방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