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료 블랙리스트 작성' MBC 촬영기자 해고 적법"

입력 2021-05-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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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동료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충성도 평가 문건을 작성한 촬영기자를 해고한 MBC의 조치가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전 MBC 촬영기자 권모 씨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권 씨는 동료 촬영기자의 성향을 4등급으로 분류한 문건을 만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2018년 5월 해고됐다. 권 씨가 작성한 문건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노동조합 참여도에 따라 동료 카메라 기자의 성향을 4등급(격리대상, 방출대상, 주요관찰대상, 회유 가능)으로 구분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 등이다.

MBC 측은 권 씨의 해고 사유로 △문건 작성으로 복무 질서를 어지럽힌 점 △문건에 기초해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보고해 부당노동 행위에 가담한 점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명예훼손·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1심은 세 가지 해고 사유 가운데 인사이동안을 보고했다는 점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나머지 2건의 징계 사유만으로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권 씨가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세 번째 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3가지 해고 사유 중 2개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만큼 징계권이 일탈·남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징계 사유 중 '명예훼손죄·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형법상 범죄에 해당해야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사측의 취업규칙상 민·형사상 불법행위만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권 씨의 비위행위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징계 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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