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기차 성패, 배터리 관리에 달려있습니다”

입력 2021-05-20 17:00수정 2021-05-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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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한국교통안전공단 기획본부장

한번 보세요. 얼마 못 가서 전기차 폐배터리가 엄~청나게 쏟아집니다. 전기차가 2배씩 늘어나고 있으니까 폐배터리도 2배씩 나온다고 보면 돼요. 이런 폐배터리들 어떻게 할 거냐는 거에요.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재사용한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에요. 생태계 전반을 전기차에 맞춰야 합니다.

과격하고 직설적인 발언들이다. 머릿속에 가득 담겼던 전기차에 대한 대안들이 쏟아져 나온다.

제언과 함께 배경을 설명하며 타당성을 앞세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슬며시 홀리듯 빠져들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쏟아내는 다양한 대안들은 하나의 궁극점으로 향한다. 바로 ‘안전’이다.

▲박용성 한국교통안전공단 기획본부장은 전기차 시대의 성패는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간과하면 자동차가 배출하던 탄소를 발전소가 배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육군사관학교 교수 거쳐 한국교통안전공단 기획본부장으로

그의 공식적인 직함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기획본부장이다. 공공기관의 부기관장이기 전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공학박사 박용성’으로 더 이름나 있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거쳐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거친 그는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이후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입사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친환경연구실장, 안전기준국제화센터장, 결함조사실장 등을 거쳤다.

연구원에서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앞세워 △자동차표준화위원장 △산업부 국가핵심기술보호위원회전문위원 △환경부 국가온실가스통계관리위원회위원 △수도권대기관리실무위원회위원 △법제처 국민법제관으로 활동했다. 정부 주요부처에서 인정해온 자동차 안전 및 환경 분야 전문가. 현재 기획본부장은 부이사장급이다.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해박한 경험을 앞세워 본지가 최근 주최한 ‘2021 대한민국 스마트 EV 대상’에서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공공기관 기획본부장이라는 직함을 걷어내고 그를 다시 만났다. 전기차의 안전한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 연구해온 '공학박사 박용성'이다.

▲2021 이투데이 스마트 EV 대상 실차 및 시승평가가 열린 지난달 29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박용성 교통안전공단 상임이사가 시승평가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스마트 그리드 확대와 전기발전 에너지구조가 전기차 성패 결정

전기차가 성공하려면 정부 역시 배터리의 효율적인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형 차종의 경우 70kWh 정도 됩니다. 일반 가정에서 1주일쯤 사용할 수 있는 아주 큰 용량인데요. 심야에 남는 전기를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해 낮에 사용한다면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발전시키고 확대해야 합니다.

그는 특히 “화력발전을 줄이되 신재생 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전기발전 에너지구조를 개선해야 해요.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에서 유연탄 39.9%와 LNG 25.6%입니다. 화력발전만 65%에 달하는 셈이지요. 나머지가 25.9%의 원자력, 8~9% 수준의 신재생 에너지입니다. 화력발전을 줄이지 않으면 내연기관 시절이나 다를 게 없어요.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그대로 화력발전소가 배출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잖아요.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해야 폐배터리 재활용 가능

전기차의 배터리를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필수다.

최근 국내 렌터카 업체가 자사가 운용하는 전기차에 달린 배터리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로서 역량을 앞세워 SK렌터카와 자동차 통합 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배터리 수명을 예측하고 과열 등 이상 징후도 감지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24시간 분석해 배터리의 생로병사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기차 배터리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자동 관리 시스템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니터링 시스템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라는 게 박용성 박사의 제언이다.

지난해 한국자동차공학회 저널을 통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 전체 주기적 관리는 물론 이해 관계자와 공유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화재 징후’를 포착, 과충전 방지 및 서비스 점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소비자 역시 적극적인 배터리 관리 필수
박용성 박사는 소비자 역시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기차의 배터리도 운전자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는 최초 구매 이후 일정 기간 길들이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무리한 운전을 지속하면 엔진과 변속기 등 구동계통에 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도 마찬가지. 다만 이런 길들이기가 사실상 생애 전체 주기에 걸쳐 필요하다는 게 차이점이다.

건강한 자동차 배터리를 오래 쓰려면 무조건 급속충전에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밥 먹을 때 허겁지겁 빨리 먹는 것보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게 건강에 좋잖아요. 자동차 배터리도 똑같아요. 가능하면 심야 전기를 활용해서 완속 충전을 하세요.

최근 등장하는 전기차는 “짧은 시간에 이 만큼 충전할 수 있다”를 강조하고 있다. 충전 대기 시간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전기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박 박사는 배터리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맹목적으로 급속충전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제언한다.


급속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 온도가 올라가고 수명이 단축됩니다. 여기에 배터리 충전 때는 80%를 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른바 과충전 방지입니다. 완전 방전도 피해야 해요. 배터리가 20% 수준으로 감소했을 때 곧바로 충전해 주는 게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는 정부 차원의 배터리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배터리의 충전상태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안전에 문제가 감지되면 경고를 내리거나 과충전을 막을 수 있다. 향후 에너지 저장장치로 재활용 여부도 이 시스템을 구축하면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그는 완성차 제조사의 소극적인 배터리 관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고가의 배터리는 현재 정부와 지자체 구매 보조금을 활용 중이다. 다만 향후 지원금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면 소비자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소비자는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데 고가의 배터리 비용(약 2000만 원)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소비자는 배터리 가격이 제외된 전기차를 구입하고 배터리를 임차하는 형태가 바람직해요. 배터리 임차 비용은 전기차 충전요금에 포함하는 것도 대안이 됩니다.

이제 각각의 목표는 '안전과 환경'으로 모여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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