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투기 놀이터된 아파트 '특공'… 제도 개편 초읽기

입력 2021-05-19 15:22수정 2021-05-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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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미이전 기관서 '편법' 특별분양 받아 시세차익
김부겸 총리 수사 지시…제도 개편작업 급물살 전망

▲공무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한 주택 특별공급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사진은 세종시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 (뉴시스)

공무원 주택 특별공급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 기관의 지방 이전을 돕기 위한 이 제도가 최근 공무원들의 부동산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된 사례가 속출하면서 개편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관련 위법사례를 보고받고 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 개편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세종 ‘유령청사’로 아파트 특별공급 받아

19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발표한 ‘행복도시(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 개편안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키로 했다. 이 개편안은 공공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할 때 제공한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을 대폭 축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는 정부 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돕기 위해 2011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제도다. 다른 지역에서 이전하는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세종시 내 아파트를 특별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별공급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어 그동안 공무원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관 직원들의 편법·부정 분양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제도가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세종시에 빈 청사를 지어서 직원들에게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세청은 행정안전부가 관평원 청사 신축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건축을 강행해 건물을 완공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세종시 이전을 포기하고 청사를 반납했다. 관평원 직원 82명 중 절반이 훨씬 넘는 49명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세종시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들은 분양 당시 세종시 이전 공무원 혜택으로 취득세까지 감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개발청 직원 46명도 청사가 세종시에 있었던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특별공급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해당 직원 전원은 2018년 새만금청 청사가 전북 군산시로 이전한 뒤에도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세종시로 옮겼다가 2년 만인 2018년 인천으로 재이전한 해양경찰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영세 의원실에 따르면 해양경찰청이 세종시에 있는 2년간 아파트를 특별공급받은 직원은 165명에 달한다. 현재 권 의원실 측은 인천 청사 재이전 후 세종시 아파트를 팔지 않은 인원을 확인하고 있다.

또 대전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오는 8월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중기부 공무원들에게 내년 7월부터 5년간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세종시와 맞닿은 대전에 있는 공공기관까지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부겸 “조사 착수”…정부,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 개편 속도
올 특공 비율 30%ㆍ내년 20% 축소 예정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 위법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곧바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8일 "관평원 특별공급 관련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국무조정실 세종특별자치시지원단과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지시했다. 김 총리의 지시는 관평원 보다가 나온지 하루 만에 내려진 것이다.

앞서 정부는 3·29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통해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 전면 개편을 선언했다. 최근 불거진 관평원과 새만금청, 해양경찰청 특별공급 사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 등으로 특별공급제도 개편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제도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40% 수준의 특별공급 비율을 올해 말까지 30%로 줄이고 내년 이후부터는 20%까지 축소한다. 또 비수도권에서 이전하는 기관에 대한 특별공급을 제한하고 본사가 반드시 세종시로 이전해야만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준을 강화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사건들은 대부분 개편안을 통해 방지할 수 있다”며 “추가 대책에 관해선 개편안 시행 이후 상황을 보면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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