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배민’ 메이퇀, 제2의 알리바바 되나…CEO ‘분서갱유’ 당나라 시 올렸다가 홍역

입력 2021-05-11 15:10수정 2021-05-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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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싱 CEO, 공산당 비판 해석되는 시 SNS에 올려
주가 급락에 시총 약 18조 증발
마윈, 지난해 10월 중국 당국 비판했다가 역풍 맞은 바 있어

▲중국 상하이 한 거리에서 메이퇀 라이더들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배송을 하고 있다.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달 26일 메이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하이/AP뉴시스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이 ‘제2의 알리바바그룹홀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 금융감독당국을 비판했다가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증시 동시 상장이 전격 취소됨은 물론 당국의 표적이 됐는데, 메이퇀의 창업자 왕싱도 중국 공산당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당시(唐詩)를 올렸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홍콩증시에서 메이퇀 주가는 장중 10% 가까이 폭락했다. 결국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1% 급락으로 마감해 시가총액이 160억 달러(약 17조9000억 원) 가까이 증발했다. 주가 급락의 배경이 된 것은 왕싱 메이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중국 소셜미디어 판퍼우에 올린 한시였다. 왕 CEO는 지난 6일 진시황제가 유학자를 탄압한 ‘분서갱유’를 비판한 당나라 시인 장갈의 시 ‘분서갱’을 올렸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지난해 10월 마윈 회장의 연설과 왕 CEO가 올린 시 구절을 비교하며 그의 게시글이 정부와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에서 분서갱유는 매우 민감한 단어다. 이 시는 책을 태워 지식인들의 비판적인 의견 제시를 억압했던 진시황제를 비판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체제 비판 시로 여겨진다.

▲왕싱 메이퇀 최고경영자(CEO)가 2017년 9월 중국 푸젠성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비즈니스 포럼 패널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푸젠성/신화뉴시스
가뜩이나 메이퇀은 지난달 사상 최대 벌금을 때려 맞은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당국의 두 번째 공식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된 상황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지난달 26일 메이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도 메이퇀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주 중국의 한 국영방송은 한 정부 관리가 메이퇀의 라이더로 잠입해 12시간 근무를 하고도 수입이 41위안에 그친 모습을 방영하며 회사의 사업구조를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인터넷 분석가는 “왕 CEO가 올린 시가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중국 현지를 강타했고,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면서 “보이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왕 CEO는 해당 시를 삭제하고 “그동안 전자상거래 업계의 경쟁을 언급해왔다”면서 “이 내용은 가장 위험한 경쟁상대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고 해명했다.

2010년 설립된 메이퇀은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종합 인터넷 생활 서비스 업체다. 회사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으로 1조5177억 홍콩달러(218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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