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갤럭시 카메라'를 아시나요

입력 2021-05-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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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보면 갤럭시 스마트폰, 앞에서 보면 디지털카메라.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최초의 카메라. 전화 기능만 빼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

2012년 11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카메라' 얘기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카메라 성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착안한, 역발상 제품이었다.

모호한 정체성 때문인지 큰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새로운 시도에 소비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2012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안드로이드 OS 탑재 '갤럭시카메라'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은 1970년대부터 의욕적으로 카메라 사업을 전개해왔다. 광학기술, 전자, 정밀기계의 집약체인 카메라 사업 없이는 세계적 전자기업으로 도약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었다.

1970년대 일본 미놀타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다 1980년대 독자기술로 컴팩트 카메라를 생산했다. 1996년 '케녹스'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을 키웠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열리자 '블루'라는 브랜드를 발표한다.

2009년 'ST500'이 '셀피' 열풍 속에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고, 그해 삼성전자는 디지털이미징 사업부를 발족하며 하이엔드 카메라 개발에 나섰다.

2010년 1월 미러리스 카메라 'NX10'을 출시하며 하이엔드 시장에 첫 포문을 연다. 9월에는 후속작 'NX100' 발표회를 홍콩에서 열었다. 당시 박상진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사장)은 "세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2012년 "3년 안에 카메라 세계 1위 달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14년 삼성전자는 '갤럭시 카메라2'와 'NX1' 등을 발표하며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카메라 사업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캐논과 니콘, 소니 등 글로벌 강자들이 수십 년간 축적한 광학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역부족이었다. 결국, 2017년 삼성전자는 40년 넘게 지속해온 카메라 사업에 공식 철수했다.

과감한 철수는 '신의 한 수'였다. 스마트폰이 진화하면서 디지털카메라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카메라 개발 대신 '이미지센서'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에 쓰이며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소니가 2018년 4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개발하자 삼성은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개발해 양산했다. 차량용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 오토' 브랜드도 개발했다.

2019년에는 세계 첫 1억800만 화소의 '아이소셀 브라이트 HM1'을 내놨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속속 삼성 이미지 센서를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선두인 소니를 맹추격 중이다. '선택과 집중'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갤럭시 카메라'는 사라졌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은 더 강해졌다.

일본 파나소닉은 주력이던 TV 스마트폰 등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이를 정리하고 전기차 배터리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소니 역시 만년 적자이던 TV, 노트북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서비스업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26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도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결정이다.

과거가 아쉬워 버리지 못한다면, 결국 큰 짐이 되고 만다. 버려야 할 때를 아는 것 역시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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