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뒤쫓아 빌라 1층까지 따라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건물 1층은 별도의 차단시설이 없어 형법상 '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32)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새벽 강남구의 한 골목길에서 귀가하는 여성 B 씨의 뒤를 따라갔다. A 씨는 B 씨가 빌라 1층 입주민 전용 주차장에 들어서자 그를 따라 공동현관 출입문 앞까지 뛰어들어간 혐의로 기소됐다.
빌라는 1층에 기둥만 세우고 건물을 얹는 필로티 구조로 지어져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됐다. 검찰은 A 씨가 건물 주차장을 넘어 B 씨의 주거를 침입한 것으로 보고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A 씨는 필로티 구조의 다세대 빌라 1층 주차장은 개방돼 평소에도 외부인의 출입이 빈번해 주거침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동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손잡이를 잡고 열려는 등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B 씨의 빌라 1층 주차장에 외부 차량이 허락 없이 주차하는 일이 빈번하고, 인접 도로를 보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이 빌라 주차 공간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