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첫날 분위기
대형주 350개 종목의 공매도가 재개된 첫날 우려했던 증시의 큰 폭의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공매도 잔고 규모가 큰 종목들의 하락을 중심으로 약세가 이어졌다.
3일 오후 1시4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10포인트(0.23%) 하락한 3140.77로 나타났다.
투자자별로 개인이 4485억 원어치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18억 원, 1126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장 초반 매수세였던 기관들도 순매수에 가담하면서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코스닥도 10.34포인트(1.05%) 하락한 973.11로 집계됐다.
이날 증시는 코스피200과 코스닥 150지수 등에 속한 대형주들의 공매도가 재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차, 기아 등이 소폭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삼성SDI 등이 하락했다.
개인들이 우려했던 코스피의 큰 하락은 보이지 않았는데, 지난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시장의 우려가 선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4월 한 달간) 우리 기업들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재개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다"며 "최근 시장 흐름은 철저한 종목 장세라는 점을 감안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매도 일부 종목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공매도 취약 종목으로 거론된 일부 종목이 장중 5% 이상 낙폭을 보였다.
이날 두산퓨얼셀은 전 거래일보다 8.31% 급락한 4만1350원에 거래됐다.
수소연료전지 관련주인 두산퓨얼셀은 최근 한 달 새 대차잔고가 증가한 가운데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권가에서 나왔다.
한진칼도 같은 시간 전 거래일보다 7.93% 급락한 5만1100원에 거래됐다.
한진칼은 유동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4월 30일 기준 2.6%)이 상대적으로 높아 수급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공매도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된 제약·바이오 관련주에서도 하락세가 나타났다. 신풍제약(-7.59%), 에이치엘비(-3.02%) , 셀트리온(-4.14%), 씨젠(-6.09%) 등이다.
실적에 견줘 주가 부담이 컸던 일부 코스닥 종목들은 공매도 재개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는 전 거래일보다 9.95% 떨어진 2만8050원에 거래됐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3월 이전 공매도 잔고가 5%대 이상을 보이는 등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돼 온 종목이다. 지난달 들어 대차잔고도 증가세를 보였다.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주로 분류되는 에이스테크는 전 거래일보다 11.14% 하락한 1만5950원에 거래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배에 육박해 고평가 논란이 인 가운데 지난달 들어 대차잔고가 빠르게 늘어난 바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이후 공매도 잔고 또는 대차잔고 비중이 높아진 종목 중에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안고 있는 종목들의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재개로 개별 종목 및 업종, 더 나아가 전반적인 국내 증시에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증시 역사를 뒤돌아 봤을 때 공매도가 시장의 방향성은 바꾸지 못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