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은머리 외국인' 김범석 쿠팡 의장, 사익편취 규제 안 받는다

입력 2021-04-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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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구멍'

외국인, 동일인 지정 사례 없어
총수 없는 법인 대기업으로 지정
네이버ㆍ카카오와 역차별 논란
공정위 "연구용역 등 제도 개선"

최대 관심사였던 쿠팡 동일인(총수)이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으로 확정됐다. 이로써 쿠팡이 총수 없는 기업집단이 됨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공시 등의 의무를 적용받지만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동종 업계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71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으로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매년 5월 1일까지 공시집단을 지정하고 있다.

올해 지정 공시집단 수는 전년보다 7곳이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에 새롭게 공시집단에 편입된 곳은 쿠팡,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MDM, 아이에스지주 등 8곳이며, KG는 지정제외됐다.

8개 그룹이 공시집단에 편입되면서 공시집단 소속회사는 작년 2284개에서 올해 2612개로 328곳 늘었다. 이들 소속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공시·비상장회사 중요사항공시·기업집단현황공시 및 주식소유현황신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총수 있는 집단 대상)를 적용받는다. 이날 공정위는 공시집단 71개 중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40개 집단(전년보다 6곳↑)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집단)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셀트리온, 네이버, 넥슨, 넷마블, 호반건설, SM, DB 등 7개 집단이 상출집단으로 신규 지정됐고, 대우건설은 지정제외됐다. 상출집단으로 지정된 40개 집단의 소속회사(1742개)는 공시집단 적용 규제 외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도 받는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 동일인이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됐다.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 발표의 최대 관심사인 쿠팡 동일인(총수)이 쿠팡의 실질적인 오너인 김범석 의장이 아닌 법인으로 결정됐다. 현행 동일인 지정 제도 미비가 크게 작용했다.

현재 쿠팡의 실질적 오너는 김범석 의장(미국인)이다. 그는 쿠팡 지분 10.2%를 갖고 있으며 차등의결권을 적용할 경우 76.7%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김 의장이 쿠팡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야 하지만 현행 동일인 제도상에서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적이 없어 현 제도로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누락이나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 시 동일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외국인의 경우 형사제재를 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가 국내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쿠팡의 실질적인 오너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음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김 의장이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처럼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2년 전 네이버는 동일인을 ‘네이버’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정위는 직권으로 이 GIO를 동일인으로 지정한 바 있다.

문제는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쿠팡과 같은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현행 동일인 지정제도 손질이 필요한 셈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가 일단 실질적인 오너인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뒤 현행 제도를 개선하면 되는데 제재 실효성 문제를 이유로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동일인 지정 제도는 과거 재벌그룹의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한 문어발 확장식 경영 등을 차단하는데 설계됐다. 하지만 지금은 IT 등 디지털 경제 성장 가속화로 글로벌 경제 공동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현재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를 총수와 그 친족(배우자·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범위로 정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국적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무조건적으로 총수 일가를 기준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정할 게 아니라 경영 영향력, 지분 등을 고려해 사익편취 행위 소지가 있는 사람들도 규제 대상이 되도록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국내를 전제로 설계된 현행 제도의 집행 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동일인의 정의·요건·확인 및 변경 절차 등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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