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앤트그룹, 당국 단속에 스마트폰 대출 급격히 축소

입력 2021-04-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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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혁명’ 찬사받던 ‘제휴 대출’ 줄이기 시작
자금 융통 의지하던 영세사업자·자영업자도 압박

▲지난해 11월 23일 중국 저장성 우젠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콘퍼런스에서 앤트그룹의 간판이 보인다. 우젠/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핀테크 업체 중국 앤트그룹이 당국의 새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1년 전 금융 혁명으로 찬사를 받았던 스마트폰을 통한 소비자 대출사업을 급격히 축소하고 있다.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엔트그룹이 잔액 약 2조 위안(약 344조3800억 원) 규모의 대출 관련 업무 축소에 나선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개인 등으로부터 대출 신청을 접수, 제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하는 ‘제휴 대출’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대손 위험 없이 고액의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중국 금융 당국이 문제 삼으면서 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앤트그룹은 스마트폰 결제 ‘알리페이’의 이용 상황 등을 바탕으로 영세 사업자나 개인의 신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엔트그룹은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 신청을 받아 신용 정보와 함께 제휴 은행에 이를 제공한다. 대출은 제휴 은행이 실행하며, 엔트그룹은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금융당국은 제휴 대출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2022년부터는 은행과 제휴하는 금융회사가 대출액의 최소 30%를 거출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엔트그룹은 “제휴 대출이 모두 새로운 규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에 따라 앤트그룹은 앞으로 부실채권 발생과 자본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게 됐다. 여신 규모의 압축도 불가피하게 됐으며, 이에 통지 기한에서 앞당겨 미리 작업에 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앤트그룹 관계자는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 규모를 조정할 수있다”고 말했다. 앤트그룹을 통한 대출이 감소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도, 코멘트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제휴 대출 축소가 앤트그룹에게 자금 조달을 의지하는 영세 사업자와 자영업자의 비즈니스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는 한 업자는 “여신 한도가 200만 위안에서 12만 위안으로 줄었다. 과거의 차입을 갚는 것만으로 신규 대출은 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동업한 친구도 50만 위안이었던 여신 범위가 거의 제로가 됐다고 한다. 엔트그룹이 최대 주주이자, 영세 사업자에 대한 ‘스마트폰 융자’가 주력이었던 왕상은행(마이뱅크)은 일부 고객에 대해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전하고 있다.

앤트그룹과 그 모회사 알리바바그룹홀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은 한층 강해지고 있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지난 10일 역대 최대 규모인 182억2800만 위안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16일에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과학혁신판)’의 상장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핀테크 기업의 상장을 제한하고 부동산과 금융은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앤트그룹의 커촹반 상장 진입 장벽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에는 앤트그룹이 창업자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게 지분 매각과 경영권 포기 등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다만 앤트그룹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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