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석달 앞인데 보상 완료까진 '가시밭길'

입력 2021-04-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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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전청약, 청약자들 희망고문 될라" 우려
보금자리주택지구선, 사전청약 후 입주까지 10년

▲오는 7월 사전청약을 받는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인천 계양지구(계양신도시) 일대 모습. 2021.04.21. (뉴시스)

정부가 약속한 사전청약 일정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상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정부가 남의 땅으로 정책 생색을 내려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인천 계양신도시 보상 진행률(토지 평가액 대비 보상금 집행액 비율)은 56.9%다. 국토부 등은 내년 6월을 착공을 목표로 보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신도시 부지 40%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는 7월로 다가온 사전청약(주택 착공 전에 일부를 미리 분양하는 것)이다. 계양신도시는 지난해 사전청약제가 부활한 이후 처음으로 사전청약을 받는 곳이다. 토지 보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국토부와 LH는 땅도 제대로 확보 못한 채로 아파트를 팔아야 할 판이다.

역시 보상 협의가 진행 중인 경기 하남시 교산신도시도 보상률(59.6%)이 60%에 못 미친다. 국토부는 교산신도시에서도 11월 사전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계양신도시와 교산신도시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12월 사전청약을 받는다는 경기 고양 창릉·부천 대장·남양주 왕숙신도시는 아직 보상협의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국토부와 LH 계획대로면 이들 신도시는 4분기 토지 보상에 들어간다. LH 등이 토지주와 땅값을 흥정하면서 반대 쪽에선 아파트를 분양하는 촌극이 펼쳐질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큰 사전청약에서도 토지 보상 문제는 치명적인 복병이다. 2010년 사전청약제(당시 이름은 '사전예약제')가 시행됐던 하남 감일지구와 시흥 은계지구 등에선 보상이 발목을 잡으면서 본청약과 공사가 줄줄이 지연, 10년 만인 지난해에야 입주가 시작됐다. 그 사이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청약 난민'이란 오명까지 얻으며 전세를 전전해야 했다. 중간에 아파트를 사면 당첨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를 받으며 사전청약제가 2011년 폐지됐던 배경이다.

문제는 보상 여건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상 실무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LH는 투기 의혹 한복판에 서면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교산신도시에선 일부 주민들이 LH를 믿을 수 없다며 지장물(공공사업을 위해 이전하거나 제거해야 하는 물건) 보상을 위한 현장 조사를 막아서고 있다. 왕숙신도시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끝까지 보상 작업 발목을 잡았던 것도 지장물 문제였다.

토지보상 전문가인 신태수 지존 대표는 "토지 보상 속도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중간 정도"라면서도 "정말 난관은 지장물 조사다. 토지는 강제 수용이라도 할 수 있지만 지장물은 토지주 협조 없인 보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사전청약을 강행할 순 있겠지만 과거처럼 보상이 지연돼 희망고문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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