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는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3(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제출한 조합 설립 신청서를 19일 인가했다. 현대아파트 1~7차ㆍ10ㆍ13ㆍ14차 아파트와 대림빌라트로 이뤄진 압구정3구역은 총 4065가구로 압구정 아파트지구에서 가장 큰 재건축 사업장이다. 2000가구가 안 되는 다른 사업장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최근 압구정동에선 잇따라 재건축 조합들이 출범하고 있다. 2월 4구역이 스타트를 끊은 이래 같은 달 5구역, 이달 2구역이 잇따라 조합을 설립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1구역과 6구역도 조합 설립 총회를 준비 중이다.
고가ㆍ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압구정동 일대는 재건축 대어로 꼽히지만, 그동안 주민 이견 등으로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느렸다. 압구정3구역만 해도 2018년 재건축 추진위가 출범했지만 3년 동안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사업이 궤도에 오른 건 역설적으로 정부 규제 덕이다. 정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개정, 2년 이상 재건축 아파트에 실거주한 소유주에게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조합 설립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2년 실거주 의무는 법 개정 3개월 후 설립되는 재건축 조합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그 전에 조합 설립을 마치면 이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마침 지난해로 예정됐던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막판 스퍼트를 낼 수 있었다.
여기에 이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압구정을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지역으로 콕 집어 말한 바 있다.
재건축 사업이 순항하면서 가격도 탄력을 받고 있다. 압구정3구역에 속한 현대7차에선 전용 245㎡형이 사상 최고가인 80억 원에 매매됐다. 다른 단지에서도 기존 최고가보다 십수억 원씩 오른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상승세가 심상찮자 서울시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오 시장은 지난주 "압구정 현대7차 등 몇 곳이 신고가로 거래됐다는 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는 한편 시장이 과열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