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나리오 따르려는 연준, ‘긴축발작’ 악몽 재연되나

입력 2021-04-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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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 실시하고 2년 뒤 금리 인상 나설 수도
버냉키 전 연준 의장, 8년 전 글로벌 시장 혼란 촉발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이와 올해 전망.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의 점진적 축소)’ 시간표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과거 ‘긴축발작’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경제클럽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훨씬 앞서서 자산 매입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히자 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2013년 시나리오를 따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차원에서 양적완화에 나섰던 연준은 2013년 테이퍼링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시사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을 일으켰다.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시장 상황에 놀란 버냉키 의장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2013년 12월에야 자산 매입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 후 2년간 금리를 동결했다가 2015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실시 가능성

파월 의장의 발언에 8년 전 긴축발작 악몽 재현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당장 연준의 테이퍼링 시점을 두고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훨씬 전이라고 언급한 만큼 내년 상반기에 무게가 실린다. 이르면 올해 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정책 변화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75%에 달하면 테이퍼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백신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의 약 36%가 1회, 22%는 2회 접종을 마쳤다. 조 바이든 정부는 5월 미국 모든 성인에 백신 접종 자격을 부여, 7~8월 사실상 집단면역 상태를 이룬다는 목표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올 하반기 테이퍼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연준이 올해 말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내년 초 실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신흥시장이 긴축발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금리 상승은 신흥국의 외화 표시 및 자국 통화 표시 대출의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배분 늘리는 등 벌써 대비

긴축발작 대비에 착수한 곳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이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테이퍼링을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고 현금 배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배분은 2월의 3.8%에서 지난주 4.1%로 높아졌다.

가파른 금리 인상 펼쳐질 위험도

설상가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ING는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고용 환경이 빠르게 개선될 경우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이퍼링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로 이어져 긴축발작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낳는다.

결국 연준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출구전략 타이밍을 재야 하는 어려운 과제 앞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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