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산업계와의 '반도체 화상 회의'를 여는 등 전 세계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짧은 기간 내에 생산을 늘릴 마땅한 방도가 없는 탓이다.
가장 심각한 차량용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가전 등 전 분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확산하며 글로벌 제조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 해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자동차는 8인치 웨이퍼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8인치 장비에 투자하려 해도 파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12인치 웨이퍼 쪽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투자와 가동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 해결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CEO(최고 경영자) 출신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도 지난달 말 전경련이 주최한 반도체 산업 세미나에서 반도체 수급 안정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진 회장은 "안전을 담보로 하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품질을 보장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다시 원활해지려면 1~2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했다.
세계 3위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스의 톰 콜필드 CEO역시 경제매체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산업동향보고서에서 "최근 수급 차질이 가장 큰 품목은 차량의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이라며 "대만 TSMC의 반도체 주문 폭주로 MCU 생산 리드 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시간)이 기존 12∼16주에서 26주∼38주까지 늘어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TSMC는 전 세계 MCU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올해 1분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물량은 1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자동차 업계는 물론 가전 업계와 스마트폰 등 IT 업계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은 지난달 1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스마트폰 생산차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애플 아이폰 위탁 생산업체 폭스콘의 류양웨이 회장도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차량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분야도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2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요 확대, 백신 접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회복 등 반도체 수요 확대 요인은 많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업체들이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투자를 확대하고 각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 정책을 꺼내 들었지만, 공급 부족 해소 시점을 점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