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쿼드’ 동참 요구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연합뉴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당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쿼드에 참가할 것을 강하게 요구받았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늘리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쿼드에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서 실장은 설리번 보좌관의 이러한 요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우리 입장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한국은 그동안 특정국을 견제하는 배타적 지역구조를 만들지 않겠다고 주장해 온 만큼 ‘중국 포위망’의 일각을 담당하는 데 소극적 의향을 내비친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해석했다.

당시 회담에서는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문재인 정권의 견해차도 드러났다고 한다. 서 실장은 북·미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처럼 무분별한 대화는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인권탄압을 문제 삼은 반면, 한국은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남북 대화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했다. 서 실장 역시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는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실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한미 정상회담 일정 확정도 목표로 했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정상 간 조율을 서두르기 위함이다.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의 대미외교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에 대한 경계심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한 서 실장에 대해 미국 측은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