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덫에 빠진 헬스케어 스타트업](하) 손 놓은 국회

입력 2021-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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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와 혁신 헬스케어 기기 등 ‘의료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국회는 관련 규제 해결을 미루고 있다.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원격진료의 경우 21대 국회에서 ‘찬밥’ 신세에 놓였고, 의료기기 관련 업체는 수가 편입이 되지 않아 도입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8일 현재 국내 의료법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의사-의사’ 간에만 가능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바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불법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이나 원격의료 제한 허용 등을 통해 그나마 숨통을 터주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정부는 한시적으로 원격의료·처방을 허용했다.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은 환자에 전화나 이메일을 통한 진료, 처방이 가능하다.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원격진료를 본 병원이 바로 발송한다. 환자는 처방약을 직접 수령하거나 택배 또는 대리로 받아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국민들의 안전한 진료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앞서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원격의료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2019년 7월에는 강원도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또한 △행사 참가자 원격모니터링 및 진료 △재난 사고 현장서 이동식 엑스레이 사용 가능 등도 실증사업으로 진행한다. 샌드박스(실증특례)는 총 6건이 진행 중이다.

반면 국회는 의료법 개정에 미온적이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단 한 건도 발의되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정부안(2016년)과 유기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안(2018년)이 각각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두 안은 모두 의료법 상의 원격진료 대상을 의료인에서 환자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에 대한 보험급여 여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건강보험 수가를 혁신 헬스케어 기기에 적용해 보급율을 높이면 기술 발전이나 우위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국내에서 정식으로 수가가 인정된 경우는 없다.

이와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인공지능(AI)이나 3D프린팅 등 혁신 의료기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혁신적 의료기술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개선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가이드라인이 허울 뿐이라고 지적한다.

헬스케어 기기 스타트업 관계자는 “건강보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가 산정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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