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등판에…공공 개발 후보지 민심 ‘흔들’

입력 2021-04-08 18:00수정 2021-04-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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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에 공공재개발 사업지 “둘 다 살펴야”
LH 사태에 민간 정비 추진 가능성↑… 공공주도 사업 힘 빠져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정부 주도 '공공 정비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오 시장은 핵심 공약으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공공 정비사업의 핵심은 규제에 묶인 민간 정비사업보다 더 많은 혜택과 빠른 사업 진행 약속이다. 하지만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정비구역에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면 조합은 굳이 공공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주요 공공 정비사업 후보지 내부에선 벌써부터 “오 시장 정책을 살펴보겠다”는 목소리가 커 공공주도 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앞서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주요 구역들은 대부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제시하는 인센티브와 함께 앞으로 완화될 민간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따른 사업성 등을 ‘저울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영등포구 신설1구역 관계자는 “오 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민간 재개발을 활성화한다는 말을 했으니 곧 정책이 바뀌지 않겠느냐”며 “이곳 주민들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이 터지고 나서 공공재개발 사업에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민간 정비사업 정책이 바뀌면 LH 등이 제시하는 혜택과 비교해보고 사업 주체를 민간으로 바꿀 수도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공공재개발 후보 지역인 성북구 강북5구역 역시 공공 대신 민간 재개발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북5구역 관계자는 “주민들은 사실상 민간 재개발을 원하지만 그동안 민간 재개발 사업성이 부족해 공공 정비사업을 신청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공공사업에 좋은 조건이 많아서 선호하지만 오 시장이 어떤 식으로 규제를 완화할지 보고 더 괜찮다면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정부 주도 공공 정비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도봉구 창동 일대. (연합뉴스)

현재 공공재개발 등 공공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한선은 법적 용적률의 120% 선으로 제한돼 있다. 만약, 오 시장이 공공 정비사업보다 더 높은 용적률 완화안을 제시하면 정비구역은 그만큼 수익성이 더 늘어나므로 공공 대신 민간 정비사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민간 정비사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구역 내에서는 ‘공공 대 민간’ 사업으로 의견이 나뉠 수 있다. 기존에는 공공 정비사업 한 가지뿐이었지만,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주민 동의를 구하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지는 셈이다. 공공재개발 등 공공 정비사업은 전체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추진할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재개발 조합 등은 공공 이익이 아니라 개인 이익을 우선하는 곳으로 공공 개발 등을 신청한 지역은 그동안 민간 규제 등으로 사업성에 문제가 있었던 곳이 대다수”라며 “오 시장이 얼마나 규제를 풀지 지켜봐야겠지만 정부가 파격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 한 공공 정비사업을 택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서울시장이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추진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핵심 규제는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공공 정비사업을 선택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공공재개발 후보 구역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분양가가 가장 문제인데 공공재개발 구역은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어 더 유리하다”며 “서울시장이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해줄 수 없는 노릇이고, 지금 상황에서 민간 정비사업을 선택하려면 인센티브를 더 많이 부여하거나 다른 유인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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