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국의 '내로남불'…옐런,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요구

입력 2021-04-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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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연설서 밝혀
"각국 정부 재원 확보와 글로벌 경제 성장 촉진 가능"
증세 피해 해외로 빠져나갈 자국 기업 붙잡으려는 의도
민주당 내에서도 증세 계획 반발 목소리

▲재닛 옐런 미국 국무장관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던 2017년 12월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조 달러(약 2247조 원)가 넘는 초대형 인프라 계획 재원을 증세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추진하면서 세계 각국에도 증세를 압박하고 있다. 법인세를 끌어올려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바닥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이면에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국 기업을 막기 위한 노력이 담겼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연설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을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우리는 다 함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해 수준 높은 경쟁을 기반으로 전 세계 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 시킬 수 있다”며 “현재 주요 20개국(G20)과 법인세율 바닥 경쟁을 멈추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정부가 필수 공공재에 투자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정부 재원 마련에 따른 부담을 공평하게 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조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자국 기업의 해외 소득에 부과하는 세율도 기존의 10.5%에서 최소 21%로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경우 미국 기업들이 절세를 위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일자리도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이 아예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율 하한 기준 설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법인세 대폭 인하 경쟁을 부추긴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 시절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던 35% 세율을 현 수준으로 낮췄다. 현재 OECD에서 미국 법인세율은 13번째로 높다. 한편 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평균 법인세율은 24%다.

미국 내에서도 증세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 자국 다국적 기업들이 자칫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법안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중도 성향의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법인세율은 28%보다는 25% 수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맨친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법인세 계획은 너무 공격적”이라며 “세율 이외 다른 부분들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법안은 이대로 통과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생각하는 의원이 민주당에 6~7명 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밥 케이시 민주당 상원 의원도 지난주 “인프라 투자 계획은 자금 문제 때문에 코로나19 구제책보다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규모와 범위 때문만이 아니라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고 어떻게 지원받을지 등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이 G20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공존한다. CNN은 이미 OECD가 지난 몇 년 관련 사안을 논의했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시도가 다른 나라 주권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많은 나라가 하한선 설정을 지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더 큰 과세를 하지 못하게 미국이 막는다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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