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번방 막는다는 방통위 투명성 보고서…95%가 디지털 성범죄물 신고 '0건'

입력 2021-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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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 업체의 방통위 투명성 보고서 갈무리)

지난해 12월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가통신사업자들로부터 제출받는 투명성 보고서가 졸속으로 작성, 나날이 증가하는 디지털 성범죄물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부가통신사업자와 웹하드 사업자들이 제출한 ‘2020년도 불법촬영물 등의 처리에 관한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투데이가 투명성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86개사 중 약 95.3%(81개사)가 불법 촬영물 신고 건수를 ‘0건’이라 보고했다.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보배네트워크(보배드림)만이 불법 촬영물 신고 건수를 써넣었고, 5개사의 총 신고 건수도 187건에 불과했다.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12월 10일부터 보고서 제출 기한인 올해 1월 말까지 신고된 불법 촬영물이 총 187건에 불과한 것이다.

같은 기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 시정 요구한 4021건, 자율규제 977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방통위는 매출액 10억 이상 또는 하루평균이용자 10만 명 이상 사업자에 한해 의무적으로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불법 촬영물을 온전히 확인하고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신고를 써넣거나 (신고에 대해 투명성 보고서에) 아예 넣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라며 “음성화된 (불법 촬영물) 유통은 막지도 못하면서 관리 리소스만 더 투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경우 ‘길거리 몰카 사진’, ‘일반인 뒤태 모음’ 등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고 있지만,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신고 접수된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더불어 사업체가 파악한 건수와 피해자·기관단체의 신고 건수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닌 ‘신고’만 기록하도록 돼 있어 불일치가 발생, 디지털 성범죄물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정보 심의 및 시정요구 현황’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2018년 1만7486건, 2019년 2만5992건, 2020년 3만5603건의 디지털 성범죄 정보를 심의했다. 사업자 자율규제 요청 또한 2018년 8173건, 2019년 1만119건, 2020년 6021건으로 투명성 보고서에 기재된 건수를 웃돈다. 모두 투명성 보고서에 보고된 건수를 웃도는 수치다.

방통위 관계자는 “말 그대로 투명성 보고서”라며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사업자에게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 관계자는 “증거자료나 조치한 사항에 대해서는 남겨놓도록 했다”라며 “필요하면 해당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 제정 당시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쭉 있었다”라며 “이미 개정이 됐고 시행이 되는데 딱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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