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칙 웨이모 CEO 퇴임이 보여준 자율주행차의 씁쓸한 현실

입력 2021-04-04 16:03수정 2021-04-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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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발전 이끌던 크래프칙 일선 후퇴
현 COO·CTO가 승진해 공동 CEO
"작년 로보택시 누빌 것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라"

▲존 크라프칙 웨이모 최고경영자(CEO)가 2017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P연합뉴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 웨이모의 존 크래프칙 최고경영자(CEO)가 약 5년 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자율주행차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줬다.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크래프칙 CEO는 전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가까운 시일 내에 웨이모 CEO직에서 물러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물러난 뒤에는 테케드라 마와키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디미트리 돌고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CEO에 올라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크래프칙은 여전히 웨이모 고문을 맡는다.

웨이모는 2009년 출범한 미국 구글의 자율주행차량 사업부가 전신이며 2016년 분리·독립해 구글의 형제 회사가 됐다. 크래프칙 CEO는 미국 포드와 한국 현대차 미국법인 CEO 등을 거쳐 2015년 입사, 이듬해부터 웨이모의 CEO로 재직해 왔다. 그는 웨이모의 리브랜딩, 파트너십, 외부 자금조달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회사 발전을 이끌어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CNBC는 그의 일선 후퇴가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희망과 과대광고의 현실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미국 리서치 업체 가이드하우스인사이트의 샘 아무엘사미드 수석 애널리스트도 “지난 1년 반을 살펴보면,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기업 안에서 현실화가 훨씬 더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었다”며 “사람들이 올해까지 거의 모든 곳에 로보택시가 다닐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현실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017년만 하더라도 크래프칙 CEO는 전문가 대부분이 자동차의 완전 자율화 시기로 예상했던 2020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크래프칙 CEO는 당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웹 서밋에서 “완전 자율 주행차가 여기에 있다”며 “2020년이 아니라, 오늘날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완전 자율주행 일정이 원래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웨이모는 열광적인 어조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CNBC는 2019년 “웨이모가 안전에 대해서 여전히 인간 운전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와키나 COO도 같은 해 한 콘퍼런스에서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과대광고가 관리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고 토로했다.

웨이모가 포함된 알파벳의 ‘기타 베팅’ 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44억8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알파벳의 끊임없는 투자에도 웨이모는 외부에서 지금까지 32억5000만 달러를 수혈해야 했다.

CNBC는 “공공 도로에서 2000만 마일(약 3219만 km) 이상 주행하고 시뮬레이션에서 200억 마일을 주행하는 등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다른 회사들을 앞서고 있다”며 “하지만 자율주행 시대가 실제로 오기까지 그 규모를 확장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아무엘사미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크래프칙은 자신이 물러나기에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는 회사를 올바른 길로 이끌었지만, 아마도 싸움에 지쳐 잠시 다른 일을 하러 가길 원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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