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 보는 중국 IT 기업들에 아시아 IPO 열기 식는다

입력 2021-04-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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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아시아 기업 IPO 조달액 56조로 사상 최대
중국 기업들의 잇따른 상장 포기, 시장 분위기에 찬물
‘중국판 나스닥’서 3월 76개 기업 IPO 신청 취소

▲아시아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 ※1분기 기준. 올해 493억 달러. 출처 블룸버그
올해 아시아 기업공개(IPO) 시장이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중국 IT 기업들의 정부 눈치 보기에 그 열기가 식을 전망이다.

아시아 기업들은 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를 통해 493억 달러(약 56조 원)를 조달했다고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4% 급증한 것이며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지난 분기 전 세계 IPO 규모도 215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합병이 물밀 듯이 나오면서 미국이 전 세계 시장의 호황을 주도했다.

아시아 시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각국의 공격적인 부양책 혜택과 경기회복 기대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고부가가치의 기술주와 헬스케어 관련 종목이 둔화 주기에 접어들고 미국의 스팩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새 IPO에 대한 전망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아시아 IPO 시장은 추가적인 압력에 직면했다. 이 지역 IPO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 IT 기업들이 안 좋은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그룹홀딩 산하 세계 최대 핀테크 업체인 앤트그룹의 370억 달러 규모 IPO를 중단시킨 후 현지 IT 기업들이 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FT 분석에 따르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커촹반(영문명 스타마켓)에서 지난달 76개사가 IPO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다.

2019년 7월 출범한 스타마켓은 앤트가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IPO를 무기한 보류했던 지난해 11월까지 IPO를 중도 포기한 기업이 12개사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누적 수치가 180곳을 넘었다.

중국 투자은행가들은 상하이와 홍콩에서의 앤트 이중상장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나서 스타마켓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더 엄격한 규제 요구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기업들의 사업구조 등에 대해 까다로운 질문들을 엄청 많이 하기 시작했다”며 “경영진의 모든 개인 은행 계좌 내역도 공개해야 하며 3만 위안(약 515만 원) 이상의 거래에 대해서도 설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제공업체인 저장치즈테크놀로지는 증권 당국으로부터 무려 28개의 질문 공세를 받고 나서 지난달 스타마켓 IPO 신청을 철회했다.

중국 IT 기업들은 미·중 갈등 고조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여기에 고향에서마저 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강한 통제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자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회계 문제 등을 이유로 퇴출시킬 수 있는 규정이 발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전략적으로 IPO 고삐를 죄려 한다고 풀이했다.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토머스 개틀리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등 특정 분야를 선호하면서 IPO 문호가 더 좁아질 수 있다”며 “당국은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가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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