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아파트 단지앞 널부러진 택배들, 무슨 일?

입력 2021-04-04 10:44수정 2021-04-0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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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약 5000세대 규모의 서울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에서 지상층 택배 차랑 진입 통제로 갈등이 발생했다. 주민대표기구가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택배차량 지상운행을 금지하자 배송기사들이 정문 근처에 택배를 쌓아놓아 택배 물품이 그대로 방치되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일 강동구 A아파트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단지 내 지상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고 이달 1일부터 통제를 시작했다.

아파트 측은 긴급차량과 이사차량 등 지상 통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 택배차량(탑차)은 차체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높이인 2.3m보다 높아 아예 단지 내에 들어가지 못한다.

이에 파트 단지 내에 들어가지 못한 택배기사들 중 일부가 A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 앞으로 택배를 배송하고 수취인이 직접 수령해가도록 요구했다. 결국 2일 오후 A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 앞에는 택배 상자 1000여개가 어지럽게 쌓일 수 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불편은 물론 물품 손상이나 분실을 우려하고 있지만 택배기사들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기사 유모(39)씨는 "어제부터 3개 택배사 탑차 4대가 입구 앞에 택배를 내려놓고 있다"며 "1년간 받을 고객 항의전화를 하루에 다 받은 것 같은데, 우리도 딱히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유씨는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저상차량으로 바꾸라는 아파트 측 요청도 있었지만, 개인사업자인 기사들이 사비 수백만원과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차를 개조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아파트 측은 지난해부터 택배사에 출입통제 방침을 충분히 예고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애초 이 아파트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됐다"며 줄곧 택배사들의 편의를 봐주다 주민들의 거듭된 요구에 제한을 시작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말 단지 내에서 택배차가 아이를 칠 뻔한 적도 있었고, 택배차가 자주 다니면 보도블록이 파손돼 관리비 부담이 늘어나 주민들이 판단한 것"이라며 "택배기사들이 아파트 지침에 협조하지만, 일부 기사만 '배짱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택배 대란에 주민 3500명가량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달 1일 이후 택배 관련 글이 다수 올라오며 대안을 찾으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주민은 택배차량을 위한 별도 동선을 만들거나, 단지 내에 배송된 택배 물품을 노인 배달원들이 각 세대로 재배송하는 '실버 택배'를 도입해 갈등을 해소한 인천지역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주민 정모(44)씨는 "생각이 다른 주민과 택배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한 동네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오래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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