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쇼핑하는 야구장ㆍ실내숲 조성한 백화점…오프라인 유통의 반격

입력 2021-04-05 05:00수정 2021-04-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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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활용 스포테인먼트 전략으로 '고객경험 확장' 시도…'쇼핑 이상의 공간' 꿈꾸는 백화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 소비트렌드의 주도권을 빼앗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반격에 나서고 있다. 키워드는 '파격'이다. 오프라인 유통은 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플랫폼으로 추가하고, 기존 플랫폼의 틀을 깨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온라인으로 향하는 고객 발걸음을 돌려세우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인천 SSG 랜더스필드(문학 야구장) (이투데이DB)

올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밀고 있는 뉴페이스 플랫폼은 '야구장'이다. 신세계그룹은 연초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인수하면서 "프로야구를 고객과 접목하면 '경험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본업과 야구를 연결시킨다는 계획을 밝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략을 분명히 했다.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창단식에 앞서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야구에 열정적이면 본업과 연결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야구에선 질 수 있어도 마케팅에서만큼은 이기겠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복합쇼핑몰 위에 야구장을 지어 쇼핑과 레저를 즐기도록 하겠다거나 야구장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배달받는 별도 앱을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언급하는 등 인천의 SSG 랜더스필드 야구장을 이마트, 이마트24, 스타벅스, 노브랜드 등 보유 브랜드를 알리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의 '테마파크형' 야구장이다. 특히 일본의 라쿠텐 홈구장 '생명 파크 미야기'는 야구장 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IT기업 라쿠텐은 홈구장 외야 전광판 뒷공간에 '스마일 글리코파크'라는 놀이동산을 만들었다. 또 라쿠텐은 구장을 야구뿐 아니라 공연이나 행사 공간으로 활용해 "야구장이라기보단 테마파크에 가깝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에 프리 오픈한 ‘더현대 서울’을 찾은 시민들이 백화점을 둘러보는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기존 백화점은 '쇼핑, 그 이상의 공간'을 꿈꾼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여의도에 오픈한 새 매장 '더현대서울'에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위한 힐링)' 개념을 앞세우며 '자연친화적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물건을 사는 장소'에서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백화점 의미를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현대서울 5층은 1000평 규모의 실내 녹색공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사운즈 포레스트를 비롯해 각 층마다 크고 작은 실내 조경 공간을 다 합치면 1만1240㎡(3400평) 규모에 이른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매장에 브랜드 수를 줄이 숲 등의 조경에 활용했다는 건 백화점 업계로선 도전이 분명하다"며 "당장의 매출보단 힐링 공간으로서 이미지를 택한 것"이라고 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백화점 역시 '체험'을 강조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중동점에 ‘한샘리하우스’(380평), 울산점에 ‘한샘디자인파크’(1050평) 등 초대형 인테리어 매장을 연달아 열었다. 특히 울산점 한샘디자인파크는 기존 리빙관을 70% 확대해 프리미엄 토탈 홈인테리어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 최대 규모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5월경 업계 최초로 점포 안에 롯데건설의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약 2600㎡(약800평) 규모로 들인다. 대구점은 견본주택 오픈에 맞춰 가전, 가구 등 모델하우스 내 전시 품목을 연계해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보상 심리가 작용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보복 소비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체와 콘텐츠가 급증하며 고객의 '시간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결국은 고객에게 재미있는 볼거리와 경험을 제공해 시간을 점유하는 기업이 곧 돈을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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