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1분기 코스피에서만 15조 순매도···삼성전자 가장 많이 팔아

입력 2021-03-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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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이 올해 1분기에만 15조 원을 넘어서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 등이 올해 첫 거래일인 1월4일부터 전날인 30일까지 약 3개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총 15조69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기관 합계 순매도 금액 27조9760억 원의 56% 규모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8조3048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37조732억 원을 순매수하며 기관과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받아낸 모양새다.

1분기에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다. 순매도 금액이 5조3077억 원에 이른다. 또한 LG화학(1조957억 원), SK하이닉스(1조269억 원), 현대차(8312억 원), 네이버(7457억 원), SK이노베이션(7408억 원), 삼성SDI(7299억 원) 등 대형주들이 뒤를 이었다.

연기금은 지난 해 12월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장인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후 지난 15일과 16일에 잠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17일부터 다시 10거래일간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연기금이 매도 행진을 멈추지 않으면서 코스피 지수 역시 3000선 안팎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팔아 치운 삼성전자도 주가가 연초에 9만 원대까지 올랐다가 1월13일부터 8만 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이처럼 증시에서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연기금의 매물이 쏟아지는 것은 자산배분 재조정 원칙 때문이다.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정해져 있어서 주가가 상승해 그 비중이 채워지면 기준을 초과하는 물량을 매도해야 한다.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목표 비율은 16.8%인데 지난해 상반기 증시 폭락 때 저가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지난 해 말 국내 주식 비중은 21.2%로 증가했다. 이후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자 '기계적 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기도 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압박하자 결국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6일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유지 규칙 변경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달 재검토하기로 했다.

주식 보유 목표치 범위 이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에 의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SAA의 허용범위를 현행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올리는 안과 ±3.5%포인트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과 자산군 가격 변동분을 고려하면 비중 조절을 위한 연기금의 연간 추가 매도 금액은 3조∼5조 원 내외로 예상한다"며 "SAA 허용범위 상단이 상향 조정되면 자금 이탈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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