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좌초 ‘에버기븐’ 부양 일등공신은 ‘슈퍼문’

입력 2021-03-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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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문 뜨면서 선박 부양 최적 환경 조성
이번 기회 놓쳤으면 운하 마비 사태 장기화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호’를 위성에서 찍은 모습. AP연합뉴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운하에 좌초된 지 일주일 만에 완전 부양에 성공했다. 수주가 걸릴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조기 부양에 성공한 것인데 ‘슈퍼문’의 도움이 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준설선과 예인선을 동원한 에버기븐호 부양이 여러 차례 실패로 돌아가면서 작업자들은 ‘별’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조수는 보름달 혹은 초승달일 때 높아진다.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지구가 받는 인력이 최대가 돼 만조가 높아지고 간조가 낮아진다. 바다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선박 부양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한사리(spring tide,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의 밀물이 가장 높은 때)로 불리는 이 현상은 한 달에 두 번 발생하는데 28일이 바로 시작날이었다.

이 때부터 수위는 평상시 만조 때보다 1.5피트 높아질 예정이었다. 이는 1만8000여개 컨테이너를 실은 1300피트 규모의 선박을 하역 없이 부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지난해 4월 7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뜬 슈퍼문. 솔트레이크/AP뉴시스

특히 이번에는 올해 들어 처음 나타난 ‘슈퍼문’으로 효과가 극대화됐다. 슈퍼문은 타원 궤도를 도는 달이 지구에 가까워진 데다 이 때 달이 보름달일 경우 나타난다. 연간 수차례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슈퍼문은 벌레달(Worm moon)로 일년에 두 번 일어나는 드문 달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땅이 녹기 시작해 지렁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좌초된 선박을 부양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지만 지속 기간은 며칠에 불과하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이를 염두하고 24시간 준설 작업에 돌입했다.

라스 미캘 젠슨 A.P. 몰러-머스크 대표는 “바다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29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면서 “지난 며칠간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슈퍼문 7일 후에는 태양과 달이 지구에 대해 직각을 이루게 돼 조수가 낮아진다. 이번 기회를 실기했을 경우 에버기븐호 좌초가 더 길어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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