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강간 상황극’에 속아 엉뚱한 여성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실형을 확정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의 성폭행을 유도한 B 씨는 징역 9년을 확정받았다.
B 씨는 2019년 8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짜 프로필을 만든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관심을 보인 A 씨가 연락하자 B 씨는 집 근처 원룸 주소를 알려주고 자신이 사는 것처럼 속였다. A 씨는 원룸을 찾아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피해자 C 씨를 성폭행했다.
B 씨는 피해자의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 A 씨에게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현장을 찾아 훔쳐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범행을 교사한 B 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지만 직접 성폭행을 저지른 A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B 씨에게 속아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이며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반응 등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상황극이라고만 믿었다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B 씨와 협의한 것과 범행 전 상황이 달라 A 씨 자신도 의심하고 있었고, 범행 전 상황극이 맞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도 하지 않은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또 협의 과정에서 시작과 종료, 피임기구 사용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상황극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무관한 피해자를 강간했음에도 상황극에 충실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A 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다만 B 씨에 대해서는 1심에서 적용한 주거침입강간죄가 아닌 주거침입강간 미수죄(간접정법)를 적용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