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주총 데이 D-1…사상 최대 투자자 증가에 긴장하는 경영진

입력 2021-03-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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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4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국내 증시 상장 기업 500여 곳의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슈퍼 주총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투자자 증가로 기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경영진들이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됐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6일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241개 기업과 코스닥 249개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몰린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다.

12월 결산 법인의 주주총회가 대거 몰리면서 전체 상장사 중 4분의1개 기업이 주주들을 맞이한다.

코스피에선 LG와 SK이노베이션, KB금융지주, 셀트리온 등 기업이 포함돼 있고, 코스닥에선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씨젠을 비롯해 YG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드래곤, 최근 상장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까지 다수가 예정돼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열풍이 지속하면서 이달 19일 주식 활동계좌는 총 46만7529개로 집계되며 처음 4000만 개를 넘어섰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란 10만 원 이상이 들어있고, 6개월간 한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 계좌다.

지난해 말에는 3548만 개였던 계좌수는 올해 들어 주식 열풍이 이어지면서 500만 개 가까이가 늘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가가 급속도로 늘면서 주주총회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똑똑해진 소액투자자들은 주식주에 연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삼성전자 주총에선 지난해 참석자 400명에서 올해 900여명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도 적잖은 증가세다. 온라인 중계를 시청한 주주들까지 더하면 사상 최대의 주목을 끌었다.

주주들의 요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역대급 실적을 낸 삼성전자였지만, 주주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지난해 본격 진출을 선언한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 부문에서 막강한 경쟁사 TSMC를 꺾고 언제쯤 업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질문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에 우려도 나왔는데, 고동진 IT 모바일(IM) 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굉장히 송구스러운 질문"이라며 "삼성전자는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이나, 브랜드 선망도에 대해서는 (애플 등 경쟁사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난처함을 드러냈다.

구속수감 상태인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지지와 반대 등 첨예한 의견 대립이 오갔다.

전자투표도 바뀐 풍경이다. 현장 투표와 온라인 투표를 집계한 직후 무대 중앙에 설치된 대형화면에 참석 주식 수, 찬성 주식 수가 실시간으로 표기되며 박수 표결 문화를 대체했다.

코로나19 최대 수혜 종목으로 꼽히는 씨젠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해 8월 역대 최고가 32만 원대를 기록한 후 줄곧 내림세를 기록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씨젠 소액 주주들은 씨젠이 올린 안건 중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등에 반대하자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상 연임을 저지할 순 없지만, 전략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씨젠 경영진은 대규모 주주가치 제고방안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발행가능 주식 한도를 기존의 5000만주에서 3억주로 늘리는 것을 대표 안건으로 상정한 가운데 분기 배당 도입, 3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 유가증권 시장 이전 상장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범준 씨젠 부사장은 이달 9일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주주님들 걱정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회사 주가는 궁극적으로 경영 실적에 수렴한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3월말까지 제출하던 사업·감사보고서를 올해부터 주총 1주 전까지 제공하는 제도가 시행된 것도 경영진에겐 부담이다. 마감시한이 15일 빨라진 것으로, 시가상 확정지을 수 없는 내용이 많아 추후에 정정공시 대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그동안은 기업이 경영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하는데 일방적이었고,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책에 대해 설득이 필요하게 됐다"며 "이제는 경영진과 대주주들만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통로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대주주들이 경영을 추진할 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신중하거나 설득을 우선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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