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법농단' 첫 유죄…이민걸·이규진 1심서 집행유예

입력 2021-03-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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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 첫 유죄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에게는 법리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에 대해 “재판사무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전 상임위원에게는 “스스로 판사이면서 재판권 행사를 두 차례나 방해해 혐의가 중대하다”고 했다.

이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불법 수집,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등 혐의를 받는다.

심 전 원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요청을 받고 자신이 담당하던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애초 이 전 실장 등의 선고 공판은 지난달 1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11일로 연기된 뒤 다시 이날로 미뤄졌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 검토와 판결서 작성을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판부 내에서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 전 실장 등이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공모 관계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도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전 실장은 판결 선고 직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 “아직 재판 중이어서 법정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답을 피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자의 위헌적인 재판개입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유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을 제외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은 지금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재판 기록 등을 무단 반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해용 변호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 수사기밀 유출 혐의를 받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에게도 각각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 관련 수사기록 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역시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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