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7000만 원 초과 고가 수입차 더 팔렸다

입력 2021-03-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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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9.9%→2020년 40.1%…국산 고급차 출시에 수입차 가격도↑

수입차 시장에서 7000만 원이 넘는 이른바 고가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경기 위축과 고용 한파가 이어졌으나 수입차 시장에서는 뚜렷한 사회 양극화 현상이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입차 판매는 27만4859대로 전년(24만4780대) 대비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는 전년 대비 6% 늘어난 163만 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서도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이 각각 증가한 배경에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자동차 업계의 대대적인 신차 출시, 공격적 할인 판매 등이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7000만 원 이상 고가의 수입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시장 개방 초기처럼 고급차 중심의 수입차 시장이 다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2011년 수입차 판매(10만5037대) 가운데 7000만 원 이상 고가 수입차 판매는 2만908대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차 판매의 약 19.9% 수준이었다.

이후 수입차 시장은 지속 성장했다. 이 가운데 7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10만5037대였던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27만4859대를 기록하며 161% 성장했다. 같은 기간 7000만 원 이상 고가의 수입차 판매는 2만908대에서 무려 427% 늘어난 11만254대로 급증했다.

▲국산 고급차 브랜드가 시장을 확대하면서 전체 국산차 평균 가격이 상승했다. 동시에 7000만 원 이상인 고가의 수입차에 대한 상대적인 저항감도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제네시스 전용 매장의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처럼 고가의 수입차가 증가한 배경에는 정부의 세제 혜택이 존재한다. 개별소비세 한시적 인하 효과는 판매 가격이 비쌀수록 가격 인하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특정 수입차 브랜드가 잇따라 고급차를 내놓은 것도 고가 수입차 판매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 SUV가 인기를 끈 것 역시 고가 수입차 판매를 부추겼다.

무엇보다 국산 고급차 브랜드가 시장을 확대하면서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 중인 수입차에 대한 저항감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산차 가격이 상승하면서 “같은 가격이면 수입차”라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수입차 시장이 다시금 고급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자동차 시장은 1980년대 말 정부의 ‘수입선 다변화’ 정책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입차에 개방됐다. 시장 개방 초기, 대배기량 수입차를 먼저 개방했고 이를 점진적으로 완화했다. 2000년대 중반 일본차를 마지막으로 수입차 시장은 전면 개방됐다.

이후 국산차와 견줄만한 중저가 수입차가 봇물이 터졌고 수입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최근 들어 국산차의 경쟁력이 상승하면서 덩달아 가격이 올랐고, 이는 수입차 가격 상승까지 부추긴 것으로 분석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이후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차종이 고급차와 SUV다”라면서 “국산차의 가격 상승 덕에 고가의 수입차에 대한 시장의 거부감도 감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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