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합 “피해자 과실 책임 치료비 건강보험공단 함께 부담해야”

입력 2021-03-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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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 '공제 후 과실상계'로 변경…피해 부담 60% 경감 효과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보험금 등 청구의 소, 상표권침해금지 등, 육아휴직급여 부지급 등 처분 취소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상대방의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자신의 과실 만큼의 치료비를 부담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분담해야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전합(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18일 피해자 A 씨가 가해자 B 씨와 보험사 등을 상대로 낸 보험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보험급여액 등을 반영한 기왕치료비(소송 전 발생한 치료비)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B 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횡단보도에 인접한 도로를 건너던 A 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A 씨는 경부척수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등의 상해를 입게 됐다. A 씨는 가해자인 B 씨와 부모, 보험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가해자의 과실비율을 80% 인정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에서는 기왕치료비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식이 쟁점이 됐다. 1·2심은 전체 치료비에 먼저 가해자의 책임비율을 적용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용 전액을 공제(과실상계 후 공제)했다.

그러나 전합은 “건강보험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그에 따라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판례도 모두 변경했다.

(자료제공=대법원)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공제 후 과실상계'로 바꿀 경우 피해자의 부담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1000만 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받을 때 본인일부부담금이 400만 원이라면 공단은 600만 원을 부담(공단부담금)하게 된다. 기존 판례는 공단이 ‘공단부담금 전액’을 피해자 대신 가해자에게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사건처럼 과실비율이 가해자 80%, 피해자 20%라고 가정하면 1000만 원 중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800만 원이다. 여기서 공단이 우선적으로 600만 원을 가져가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200만 원밖에 받지 못해 자신이 200만 원을 내야한다.

전합은 “실질적으로 공단이 본래 부담해야 할 수급권자의 과실비율 부분을 수급권자에게 떠넘기는 결과”라며 “수급권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판례가 바뀌면서 1000만 원 중 공단부담금(600만 원)을 먼저 공제한 뒤 남은 400만 원을 과실비율에 따라 나누게 됐다. 즉 피해자는 400만 원 중 20%인 80만 원만 부담하고 공단은 공단부담금 600만 원 중 20%인 12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단의 대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해자의 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공단부담금을 공제한 후 과실상계를 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수급권자가 그만큼 추가적인 손해 전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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