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네이선 로, 홍콩 선거제 개편에 “중국 공포정치, 민주주의 죽일 수 없어”

입력 2021-03-16 05:00수정 2021-03-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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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메일 인터뷰
중국 전인대 의결된 홍콩 선거제 개편안 해설
"세계 민주국가가 홍콩 위해 모든 조처 다하길"

▲네이선 로가 지난해 9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문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홍콩 민주주의 운동가 네이선 로가 중국의 홍콩 선거제 개편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정부의 결정은 민주주의를 완전히 배제한 것이며, 한국이 경험했듯 공포정치는 결코 민주주의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15일 본지는 지난주 끝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의결된 ‘홍콩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에 대한 해설을 로에게 요청했다. 로는 현재 수감 중인 조슈아 웡과 함께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양대산맥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영국으로 건너간 후 12월 정식으로 망명을 신청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으며, 결의안에 명시된 세부사항인 △민주진영이 확보한 대의원 117석 배제 △선거 출마자 자격 심사하는 위원회 설치 △입법회 의원 70명에서 90명으로 확대 등을 중심으로 다뤘다.

로는 우선 117석 배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과거에는 보편적 선거의 부재에도 민주진영이 선거인단의 약 25%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중국은 선출된 구의원이 확보한 117석을 빼앗아 자신들이 임명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대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됐으며, 이는 중국이 공약했던 보편적 선거제도에 위배되는 만큼 당국의 민주주의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9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은 의석 85%를 차지하며 친중 세력을 압도했다. 홍콩 선거법은 구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진영에게 1200석의 선거인단 중 117석을 할당하고 있다. 선거인단은 내년 3월에 있을 홍콩 행정장관을 직접 뽑는 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하지만 중국이 이 같은 할당제를 폐지하고 대신 친중세력 300석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선거 출마자의 자격을 사전에 검열하고 거르는 고위급 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로는 “과거에도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심사를 받았지만, 각 시의 선거 관리 공무원들에 의해 행해졌다”며 “이번 심의위는 중국 정부가 직접 임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주진영이 심사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또 “심의는 중국이 민주진영 후보들의 수와 최대 의석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며 “이들이 당선돼도 역할은 미미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진핑(맨 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에 참석해 왕양 정협 주석의 연설을 듣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이번 전인대에서는 입법회 의원도 기존 70명에서 90명으로 확대하고 이들 역시 심의위를 통해 후보자 자격을 검토하기로 했다. 입법회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는 만큼 현지에서는 이들을 늘림으로써 선출직 의석을 줄이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하고 있다.

로 역시 “입법회 의석수의 증가는 비민주적인 선거위원회 도입 때문”이라며 “이 경우 직선제 의석 점유율이 50%에서 33%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중파 의원들은 또 다른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거나 지난번 민주진영이 압승한 구의원 선거 결과를 중단시키고자 필요 조건인 전체 의석 3분의 2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양회(전인대·정협) 직전 전직 야당 의원을 비롯한 민주인사 47명을 국가 전복 혐의로 기소했다. 일각에서는 양회 결과에 이들이 반발할 것을 고려해 사전에 차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는 “구속된 모든 사람이 중국 정책을 비판해온 만큼 이번 구속은 새로운 선거 개편에 앞서 반대 입장을 잠재우려는 것이 분명했다”며 “이번 조치는 향후 입법부에 출마하는 중국 비판론자들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해석했다.

중국의 이번 결의안은 초안 형태로,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 다만 실제 법 집행까지는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국은 정치적 박해와 심의로 반체제 인사들을 억누르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 경험이 말해주듯, 공포정치는 결코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의 염원을 죽일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독재자들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명 길고 힘든 싸움이겠지만, 홍콩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며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우리와 함께 중국이 계획을 철회하도록 압박하고 홍콩의 자유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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