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이 땅 사들인 과천지구…한 필지 145명이 ‘지분 쪼개기’

입력 2021-03-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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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가까운 입지로 '기획부동산 온상' 지목

▲3기 신도시와 함께 대규모 택지로 개발될 경기 과천시 과천동 일대에 비닐하우스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선 기획부동산 투기 의심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서울 서초구와 맞닿은 경기 과천지구에서 기획부동산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야산에 있는 토지 한 필지에 수십 명에서 100명 이상이 지분을 나눠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3기 신도시와 함께 대규모 택지로 개발될 과천시 과천지구는 정부의 공직자 땅 투기 1차 전수조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지구 지정 전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곳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과천지구의 경우 강남권과 인접한 입지상 향후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4일 이투데이가 과천지구 일대 부동산을 대상으로 토지대장과 토지등기부등본을 확인 결과, 과천시 주암동 산2xx 토지는 현재 소유자가 145명에 달했다. 임야 3만6343㎡의 지분을 쪼개 이들이 나눠 갖는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필지는 1984년 처음 소유자에서 1991년 증여와 2002년 매매가 각각 이뤄졌다. 이후 2015년 토지 경매업체들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2018년까지 지분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과천지구는 2018년 12월 공공주택지구로 3기 신도시와 함께 수도권 주요 주택 공급 예정지로 지정된 바 있다.

지분 소유자들의 거주지는 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 분당구 등 수도권 각지에 분포해 있었다. 나이는 최고령 1934년생부터 최연소 1995년생까지 60년 넘는 세대를 아울렀다.

같은 주소지를 올려 가족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이 지분을 나눠 매입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LH 직원들이 배우자 등 가족이나 지인과 지분 쪼개기를 통해 토지를 사들인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인근의 주암동 산8xx 토지는 현재 소유자가 73명이었다. 임야 2만430㎡의 지분은 당초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분당신도시 서현동의 거주자가 2분의 1씩 갖고 있었다.

이후 가족으로 보이는 미국 거주자 등으로 상속과 증여 등이 이뤄졌다. 해당 필지 역시 토지 경매업체들이 2018년 거래에 뛰어들면서 활발한 지분 매매가 이어졌다.

지구별 기획부동산 의심 사례 이어져…"차명거래 전수조사" 당위성 커져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지구에서는 이처럼 기획부동산 투자로 의심되는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LH 직원 4명을 포함한 22명이 광명ㆍ시흥신도시에 포함된 시흥시 과림동 1개 필지를 공동으로 매입한 경우도 있다.

과림동 일대에선 수십 명이 지분을 쪼개 임야를 매입한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과천에서는 농지 1122㎡를 LH 직원이 지인들과 2017년 5월 지구 지정에 앞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에서는 연서면 기룡리 한 야산의 한 필지를 770명이 공동 소유한 사례도 있다. 현재는 공유 지분 자체가 불법은 아니어서 처벌이 어렵다는 게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장이다.

정부는 공직자 투기 의혹과 관련해 기획부동산과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를 엄단하겠다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허위매물, 기획부동산, 떴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업계는 앞으로도 지구 지정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지분 쪼개기 등의 거래가 계속 성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천동 G공인 관계자는 “LH 직원이나 공직자 중 토지를 실명으로 거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앞으로 가족과 지인 등으로 차명거래 사례를 전수조사하면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한 투기 사례가 훨씬 더 많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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