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죽음의 계곡을 뛰어넘는 무수한 유니콘 기업을 기대하며

입력 2021-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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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지난 연휴 인터넷 검색을 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죽음의 계곡’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캘리포니아 금광을 찾아 이주하던 이주민들이 이곳을 통과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길 정도로 악명을 떨쳤던 곳으로, 기술사업화 과정에 인용된 용어다. 흔히 기술의 제품화 단계에서 겪게 되는 위기를 빗대어 사용된다. 혹시나 우리나라에도 동일한 장소가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검색했더니 설악산에 있다는 게 아닌가.

죽음의 계곡. 기술개발에는 성공했으나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의 실패 위험성이 높은, 사업자에겐 고통의 구간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계곡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니 사업자의 생존에 대한 시름은 더할 수밖에 없다.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연구개발(R&D)과 사업(Business) 간의 차이(Gap)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정부 R&D 성과의 기술사업화 실패 사례 연구’를 보면 실패 영향 요인으로 최고경영자의 추진 의지, 기업의 자금조달 역량에 뒤를 이어 기술공급자의 협력이나 보완적 기술보유 부분이 차지한 게 눈에 띄었다.

현장 밀착형 기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특허를 만들기 위해 농촌진흥청 소속 연구기관에 전담변리사를 1대 1로 배정하여 연구개발과 사업화 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우리 재단은 올해로 설립 12주년, 기술사업화 경력만도 10년이 지났다. 기술이전은 4년 연속 1000건 이상, 지난해에는 1704건을 달성하였고 기술사업화 성공률도 선진국 최고 수준(41.8%)보다 높은 43%를 달성했다. 이와 같이 높은 사업화 성공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우수한 기술개발뿐 아니라 기술이전 업체를 대상으로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했던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달에는 농식품 우수기술을 활용해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2021년도 농업기술실용화지원사업 110개 업체 선발도 완료했다. 우수기술의 사장화 방지, 시제품 개발 및 개발기간 단축, 제품화 개발비 절감 등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기술 제품화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최근 농산업 기술은 농식품 가공기술을 넘어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팜, 농업용 드론과 로봇, 그리고 첨단 바이오 기술들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사업화에서 산업 간에 벽이 허물어지고 기술 융·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 성숙도에 따른 사업화 지원도 기술변화 및 산업발전에 맞추어 제품화 단계에서 시장진입의 성장 단계까지 지원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건넜더라도 우수기술 제품은 적자생존의 망망대해(茫茫大海) 시장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사멸되기 일쑤다. 따라서 농산업의 첨단화 및 환경변화에 맞추어 재단의 사업화 지원도 시장 지원까지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업화 과정에서 마주할 계곡의 깊은 골도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언어의 온도 차이를 줄이고 닥쳐올 위기를 미연에 대응한다면 실패 요인은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도 재단은 농산업 연구개발의 기술경쟁력과 기술사업화 확대 지원으로 많은 청년 농업인이라든가 농산업 경영체가 안전하게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고 사업화 단계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우리나라 농산업에서도 무수히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나타날 것을 확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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