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맞서라]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지배에서 벗어나려면

입력 2021-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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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커질수록 필터버블도 성장
플랫폼의 개인정보 수집 제한해야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개선도 방법
사용자 스스로 알고리즘 끌 수도

▲왼쪽부터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로고. AP뉴시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영상에는 ‘알고리즘 타고 왔다’는 댓글이 빠지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추천 게시물을 보게 된다. 내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따라가는 것이 더 익숙한,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일상을 지배한 세상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에 맞서는 방법을 소개했다.

소셜미디어의 침투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마저 바꿔놨다. 보안이 생명인 CIA는 최근 인스타그램과 링크트인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입 요원 채용 공고를 냈다. 1947년 설립된 이후 CIA는 아이비리그 캠퍼스와 동부 엘리트들의 소셜 클럽을 뒤져 요원을 선발했다. 하지만 CIA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포섭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원자가 적기 때문은 아니다. 지난해 채용된 신입 직원 수는 최근 10년 중 3번째로 많았다. 셰론다 도시 CIA 인재발굴 부책임자는 “인재가 있는 곳으로 우리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증시에서 역사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기록한 게임스톱 사태의 이면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미들의 응집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개설된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는 개미들의 사랑방이었다. 이들은 게임스톱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며 매수를 독려했다.

뉴욕증시를 들썩이고 CIA마저 태도를 바꾸게 만든 소셜미디어는 밀레니얼·Z세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바탕이 되는 알고리즘은 사람들을 양극화시키고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보게 하는 ‘필터 버블’에 빠지게 한다. 엘리 핀켈 노스웨스턴대 사회심리학 교수와 연구진이 지난해 10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가 성장할수록 지지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다른 정보는 무시한 채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매릴린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매릴랜드/AP뉴시스
‘트위터 중독’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필터 버블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선거가 사기였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공화당원의 70%는 선거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고치려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플랫폼 규제가 아닌 개인정보 보호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카메론 케리 IT 혁신 담당 연구원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로를 막는다면 알고리즘 도출을 제한해 필터버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개인정보를 수집해 알고리즘을 도출한다. 따라서 개인정보의 수집과 사용, 공유에 제한을 두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하면 소셜미디어의 성장을 만든 알고리즘에 경계를 둘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안은 미국 전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국 주 의회의 절반은 지난해 상반기 개인정보 보호법안을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연방개인정보위원회(FPC)를 신설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정책을 다수 계승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보호 기조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소셜미디어 업체의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하니 파리드 UC버클리 컴퓨터공학 교수는 “알고리즘이 ‘멍청이닷컴’의 글 대신 WSJ와 위키피디아의 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드 교수는 지난해 3월 연구에서 유튜브가 추천 알고리즘을 변경한 뒤 음모론을 담은 영상의 수가 줄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민주당 소속 톰 맬리나우스키와 안나 에슈 하원의원은 플랫폼이 알고리즘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들은 “페이스북이 사람들을 극단주의 그룹으로 이끄는 추천 알고리즘의 경향을 인식하고 있다”며 “알고리즘이 극단주의를 홍보하는 일에 대해 플랫폼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을 공략하는 소셜미디어도 등장했다. ‘안티 페이스북’을 주창하며 등장한 소셜미디어 업체 ‘미위(MeWe)’는 알고리즘과 광고가 없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미위는 광고가 아닌 프리미엄 구독 옵션과 유료 기능으로 이익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맞춤식 광고를 낼 필요가 없어 데이터를 수집하지도 않는다. 미위에서는 친구와 페이지, 그룹을 팔로우해 게시된 순서대로 피드에 표시되며 추천이라는 이름으로 피드에 다른 게시물을 올리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기능을 찾기 어렵게 만들긴 했지만, 사용자 스스로 알고리즘의 지배에서 벗어날 방법도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최근 게시물 순으로 보기를 선택할 수 있고, 트위터에서는 인기 트윗 대신 최신 트윗 보기를 눌러 알고리즘 추천 게시글 대신 단순 시간순으로 배열된 글을 볼 수 있다. 다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알고리즘 자체를 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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