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법원, 불법체류 미얀마인 1200명 송환 중단...인권단체 항의 영향

입력 2021-02-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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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법원, 인권단체 청원 요청을 이유로 송환 조치 잠정 중단

▲본국 송환 대상 미얀마 이주민을 태운 트럭이 2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루무트 해군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루무트/로이터연합뉴스

말레이시아 법원이 자국 이민 당국의 미얀마인 1200명 송환 추진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이날 인권단체가 제기한 송환 금지 요청을 심리하겠다며 관련 미얀마인 추방을 잠정 보류하라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 관계자는 “이번 법원 심리는 24일 진행될 예정”이라며 “정부는 이번 법원 명령을 존중하고, 현재 1200명 중 한 명이라도 추방되지 않도록 미얀마인 송환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청원은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 등 인권단체 두 곳이 제기했다.

이번 결정은 미얀마 해군함정 세 척이 말레이시아 해군 기지에 도착한 직후 나왔다. 이날 미얀마인들은 승선을 위해 해군 기지로 이동한 상태다. 앞서 이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는 쿠알라룸푸르의 대사관을 통해 “이민자 수용소에 구금 중인 미얀마인을 데려가겠다”고 제안했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는 망명 신청이나 난민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한동안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의 밀입국을 눈감아줬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난민과 불법체류자에 대해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AP통신은 말레이시아에 유입된 미얀마인은 로힝야족 약 10만 명을 포함해 총 1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인권단체는 말레이시아의 송환 진행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송환된 이들을 탄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는 “이들은 생명이 위협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번에 송환할 미얀마인 1200명 가운데 로힝야족이나 유엔 난민 카드 소지자는 없다”며 "이들은 불법체류자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앰네스티는 송환 대상자 1200명 중 최소 6명이 유엔 난민 카드 소지자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관이 말레이시아가 송환 절차를 진행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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